‘필리버스터 회군’ 더민주, 핵심지지층 설득이 숙제
총선 차질에 따른 역풍 우려해 중단했지만…‘일방적 결정’ 당 안팎 반발 거세
김종인 쪽으로 공 넘어가…‘경제실패론’ 성공할지 관심 쏠려
입력 : 2016-03-01 16:41:06 수정 : 2016-03-01 16:41:06
더불어민주당이 1일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등을 통해 소속 의원들에게 중단의 이유와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 수정안은 없다는 강경 태도를 고수했다.
 
당초 더민주는 필리버스터를 임시국회 종료일인 오는 10일까지 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선거구 획정을 위한 선거법 처리 문제가 변수가 됐다. 더민주는 총선이 40여일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선거법 처리를 미루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판단해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필리버스터를 통해 10일까지 버틴다 해도 현행 국회법상 테러방지법은 바로 다음날 통과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럴 바에는 ‘테러방지법 심판론’을 구호로 내걸어 '다수당을 만들어 준다면 법을 고치겠다'고 호소하는 출구 전략을 택하는 편이 낫다고 본 것이다. 
 
총선에서 테러방지법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패’를 부각시키려는 더민주 지도부의 의중도 반영됐다. 김종인 대표는 29일 "(필리버스터를) 더 하면 선거가 이념 논쟁으로 간다. 경제 실정을 이야기할 수 없다”며 이종걸 원내대표를 설득했다. 비대위의 박영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문제나 테러방지법 등 경제 실정을 덮기 위해 이념 논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대표 측 인사인 주진형 정책공약단부단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는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이 수정안에 동의하지 않은 여당 탓인지, 직권 상정한 국회의장 탓인지, 아니면 필리버스터로 저지한 야당 탓인지를 갖고 싸울 것”이라며 “이는 결코 여당에 불리하지 않다. 경제 실정으로부터 유권자의 시선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필리버스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지만 당 지지율에는 별 영향을 못 미쳤다는 사실도 중단 결정에 참고가 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리얼미터가 29일 발표한 지지율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43.5%, 더민주 26.7%, 국민의당 12.1%를 나타냈다. 더민주는 지난주와 동일했고 국민의당은 0.4%포인트 올랐다. 새누리당은 1.8%포인트 상승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6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더민주의 지지율은 전주에 비해 1%포인트 하락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그간 필리버스터에 폭발적인 호응을 보내온 야권 지지층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더민주 홈페이지에는 ‘필리버스터는 계속돼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쏟아졌다. 중단 결정을 주도한 김 대표와 박영선 의원에 대한 비판도 빗발쳤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46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필리버스터를 통해) 참여민주주의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민주 지도부의 고심을 이해하자고 말하는 이들도 지지자들에 대한 설득 없이 일방적으로 중단 결정이 나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 내부에서도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거셌다. 은수미 의원은 SNS를 통해 “시작은 우리가 했으나 필리버스터는 야당만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배재정 의원도 “황당하다. 지지해준 국민과 의원들의 진심에 등 돌려선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학영 의원도 “힘이 없어 쓰러질 때 쓰러지더라도 이렇게 그만둘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이같은 진통에도 불구하고 필리버스터가 끝나면 공은 김 대표 측으로 넘어간다. 그가 당 안팎의 불만을 어떻게 달래고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 목소리를 뚫고 중단을 강행한 만큼 향후 현 정부의 ‘경제 실패’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부각시키는지가 과제로 꼽힌다. 또 새누리당이 노동 4법 등을 선거구 획정안에 다시 연계시킬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도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국회 본회의는 2일 열릴 예정이다. 필리버스터가 중단되면 지난달 23일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 부의된 테러방지법과 함께 지난달 28일 상임위를 통과한 선거구 획정안도 처리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2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법에 따라 테러방지법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예정”이라며 “특히 테러방지법 처리와 관련해 여당 단독처리 가능성 등 비상상황에 대비해야 하므로, 비상의총과 테러방지법 등의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해주시길 거듭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필리버스터를 마친 무소속 전정희 의원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와 전병헌 의원의 격려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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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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