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18년만에 다시 법정에 선 '이태원 살인사건', 진범은?
검찰, "수사 과오 인정…패터슨이 진범"
패타선, "나는 살인 누명 쓴 것…진범은 리"
2016-01-19 10:13:42 2016-01-19 10:22:50
1997년 4월3일, 당시 22세 대학생 조중필씨가 이태원의 한 햄버거집 화장실에서 참혹하게 '묻지마 살인'을 당했다. 검찰은 조씨 보다 키가 크고 힘이 셌던 18세 소년 에드워드 건 리를 진범으로 지목해 살인죄로 기소했으나 리가 대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석방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사건 당시 리와 함께 화장실에 있었던 동갑내기 소년 아더 존 패터슨은 조씨를 살해한 흉기를 숨긴(증거은닉)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장기 1년 6개월, 단기 1년을 확정 받았으나 형량을 다 채우기도 전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다.
19년이 흐른 2016년 1월, 마흔을 바라보는 37세 패터슨은 '살인죄'로 법정에 다시 서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리가 범인"이라며 '결백'을 주장하는 패터슨 측과 "진범은 패터슨"이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검찰, 둘 사이에는 "진실을 밝혀, 아들의 한을 풀어달라"는 조씨의 부모가 있다. 오는 29일, 1심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는 가운데 격렬했던 12차전에 걸친 양측 공방을 정리했다.(편집자주) 
 
서울중앙지검 앞에 게양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9월23일, 한미 범죄인 인도 절차를 거쳐 18년 만에 패터슨을 한국으로 송환한 검찰은 리를 기소했던 과거 수사팀의 과오를 과감히 인정하고 패터슨이 진범임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인들과 증거들을 제시하며 그의 유죄를 주장해왔다.
 
 검찰은 1~2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10월8일과 10월22일, '일사부재리 원칙'과 '공소시효 도과' 등을 문제 삼은 패터슨 측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 형사소송법과 대검찰청 내규 등을 들어 선을 그었다. 검찰은 "이같은 법률 요건은 법조인에게 있어 너무도 명확한 법률적 지식"이라며 패트슨 측 오병주(60·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의 "기소권 남용" 지적과 관련 문제 제기를 일축했다.
 
일사부재리 원칙의 적용 여부는 범죄사실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인가에 따라 판단되기 때문에 과거 패터슨이 복역한 증거은닉 혐의와 이번 공소사실(살인죄)의 사실관계는 서로 다르다는 게 검찰의 논거다. 또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패터슨 측 주장은 형사소송법의 취지와 검찰 실무에 반한다"며 "형사소송법상 피의자가 소지불명인 경우에도 공소제기가 가능하고, 대검찰청 내규에 따라 증거가 충분히 갖춰진 것으로 판단되는 사건은 소환이 불가능하더라도 공소시효 완성 전까지 기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사실관계를 본격적으로 다투는 첫 공판이 열린 지난해 11월4일, 검찰은 "패터슨이 진범"이라고 주장하는 리를 증인으로 내세웠다. 이날 리는 "사건 당일 손에 묻은 햄버거 기름을 씻기 위해 화장실에 가서 세면기에서 손을 씻고 있었는데, 패터슨이 화장실로 들어와 대변기 칸을 살피더니 갑자기 소변을 보고 있던 조씨를 흉기로 찔렀다"고 말했다. 리는 흉기에 찔린 조씨가 쓰러지는 모습을 직접 재연하고는 "목격한 피해자의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리는 또 "패터슨에게 멋있는 걸 보여준다며 화장실에 따라오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패터슨 측 변호인의 과거 진술 추궁에 대해서도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리는 "당시 검찰 수사는 상당히 강압적이었다"며 "잠도 재우지 않고 윽박질러가며 대답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11일 2차 공판에서 검찰은 당시 조씨를 부검한 이모 겨수를 증인으로 내세워 "조씨 보다 키가 작더라도 범행이 가능하다"는 진술을 얻어냈다. 이 교수는 "키 차이가 패터슨과 피해자 간 정도(4cm)라면, 키 작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목 부위에 그와 같은 상처를 내는 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조씨의 목 오른쪽 부위 상처가 위에서 아래로 찔린 형태로 나타나 당시 가해자가 피해자 보다 키가 컸을 것이라고 추정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키가 피해자 보다 컸다 또는 작다의 개념이라기 보다 150~160cm 등으로 작았다면 그같은 상처를 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교수에 이어 증인으로 선 혈흔분석 전문가 이모 경위도 검찰 측 주장에 유리한 증언을 했다. 이 경위는 조씨 몸에 난 상처와 깊이를 봤을 때 아무리 짧은 순간이라도 가해자에게 많은 피가 묻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검찰 조사에서 패터슨이 리 보다 훨씬 많은 양의 피를 뒤짚어 쓴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당시 패터슨을 체포한 미군범죄수사대(CID) 수사관 A씨도 지난해 11월19일 3차 공판기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 측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했다. A씨는 "사건 발생 후 증인들의 증언과 범행 정황 등에 비춰봤을 때 패터슨이 조씨를 찔렀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당시 조사 과정에서 15명의 증인이 '패터슨이 조씨를 흉기로 찔렀다'고 진술했다"며 "1명만이 '리가 조씨를 찔렀다'고 진술했는데, 그 1명이 바로 패터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시 패터슨과 같이 있던 일행 중 3명이 패터슨과 함께 피 묻은 상의를 불에 태웠다"며 "패터슨은 이때 범행에 쓰였던 피로 뒤덮인 흉기를 버렸다"며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4차 공판기일인 지난해 11월26일 검찰 측 증인으로 소환된 도검전문가 한모씨도 당시 부검의였던 이 교수의 진술과 비슷한 요지의 증언을 했다. 우선 한씨는 "이 사건 범행에서는 범인의 키와 몸무게 등이 큰 의미가 없다"고 진술해 검찰의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특히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작더라도 손만 올리면 충분히 흉기로 찌를 수 있기 때문에 키가 작더라도 범행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씨는 또 "'묻지마 범죄' 특성상 당시 마약을 했던 리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패터슨 측 변호인 주장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상처가 한 곳에 집중돼 있는 점에 비춰봤을 때 환각 상태에서 이뤄진 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재미삼아 범행을 저질렀고, 매우 야비하게 찌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18일 8차 공판기일에는 사건 당시 "패터슨이 진범"이라는 제보를 처음 접수한 미국인 헌병 B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1997년 4월3일 오후 10시13분 당직근무를 서던 중 미군 자녀에 의한 한국인 살인사건 관련 제보를 전화로 받았다"며 "45분 간의 통화 끝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용의자가 패터슨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B씨는 "제보자는 10대의 젊은 남성으로 추정됐다"며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고 특이한 억양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재판이 막바지로 치달으며 검찰과 패터슨 측 변호인간 신경전이 극도로 고조되기도 했다. 결심을 앞두고 리가 재소환된 지난 14일 11차 공판기일, 패터슨 측이 리의 가족사항 등을 파고 들자 검찰이 막아섰고 공방이 격해지면서 재판부는 기자들을 잠시 퇴정시켰다.
 
 
‘이태원 살인사건’ 피고인인 미국의 아더 존 패터슨이 도주 16년 만인 지난해 9월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사진/뉴스1
 
패터슨은 송환 직후부터 1심 선고를 앞둔 현재까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패터슨의 변호를 맡은 오병주(60 ·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는 19년 전 이 사건 진범으로 지목된 리가 풀려난 것은 '증거 불충분' 때문이지 진범이 아니어서 풀려난 것은 아니다며 과거 채택된 증거들을 앞세워 검찰의 공소사실 반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패터슨 측 변호인은 1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지난해 10월8일 '일사부재리 원칙'과 '공소시효 도과' 등 법적 쟁점을 위주로 지적하면서 검찰의 기소가 법률 요건상 맞지 않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18년이나 지난 이 사건이 재점화하게 된 원인이 '검찰의 기소권 남용'이라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한국 법체계가 '일사부재리', (영미법으로는) '이중위험금지 원칙'을 가졌다면 (패터슨을)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사부재리 원칙이란 '동일한 범죄에 대해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으로, 우리 헌법 13조1항에 명시 돼 있다. 변호인은 또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인데, 검찰은 패터슨이 공소시효를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도주했다고 봐 이로 인해 시효가 정지돼 (2015년 현재) 공소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러나 패터슨은 복역을 다 마치고 출소해 생활근거지인 미국으로 간 것으로, 이걸 도주라고 보는 검찰의 논리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같은 논리대로라면 공소시효와 관계 없이 언제든지 기소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변호인은 법적 요건을 쟁점화하는 것 외에도 "함께 있던 부모의 도움으로 사건 초기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수사 및 재판에 임할 수 있었던 리와 달리, 패터슨은 이혼한 부모로부터 떨어져 살며 어떠한 조력도 받지 못한 채 사건에 임했다"며 패터슨의 불리한 정상을 강조했다. 이같은 주장과 함께 패터슨 측 변호인은 "사건 직후 리는 부모가 피 묻은 옷을 빨아줬고, 패터슨은 오히려 친구들이 나서 옷과 칼 등을 숨겨줬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사실관계를 다투는 첫 공판기일이 열린 지난해 11월4일, 패터슨 측 변호인은 특히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리에게 "왜 거짓말을 하느냐"며 추궁하고, 당시 리의 발언과 행동을 지적하며 패터슨의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당시 리가 패터슨에게 "멋있는 걸 보여줄게, 화장실로 따라 오라"며 화장실에 먼저 들어간 뒤, 조씨 사망 직후 패터슨에 앞서 서둘러 화장실을 빠져 나온 점, 사건 직후 친구들에게 돌아가 껄껄 웃으며 "(우리가) 사람을 죽였다"고 말한 점, 이후 패터슨을 초대하지 않은 채 바베큐 파티를 열어 "패터슨이 진범"이라는 (거짓) 소문을 내려고 한 점 등을 추궁했다. 변호인은 특히 이 사건이 '묻지마 살인'이었다는 점을 꼬집고 리의 과거 마약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변호인은 "일면식도 없는 무고한 생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것은 마약에 취해 환각 상태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며 "당시 리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결과 마약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어 "당시 리에 대한 마약 조사 중 모발 검사는 단 1개의 성분에 대해서만 이뤄졌다"며 "당시 마약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리의 범죄사실이 제대로 증명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조씨를 부검한 이모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한 지난해 11월11일 2차 공판에서 패터슨 측 변호인은 조씨 및 패터슨 보다 리의 키, 덩치 등이 압도적으로 컸던 점을 강조하며 패터슨의 무죄를 주장했다. 이는 1997년 수사 당시 패터슨이 아닌 리가 '살인죄'로 기소된 유력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날 법정 스크린에는 당시 조씨의 부검 사진이 띄워졌다. 사진상 조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조사된 목 부위의 상처는 옆으로 긴 형태에 매우 깊게 나타났으며, 조씨의 몸에는 저항한 흔적(반항흔)이 없었다.
 
이에 패터슨 측 변호인은 "조씨의 목 오른쪽 부위 상처가 위에서 아래로 찔린 형태로 나타난 점에 비춰 가해자의 키가 피해자 보다 컸을 것"이라는 부검의 이씨의 과거 진술을 강조했다. 당시 조씨는 176cm대의 날렵한 몸매였으며 리는 180cm 이상의 거구, 패터슨은 172cm의 마른 체구였다.
 
이날 이 교수에 이어 혈흔분석 전문가 이모 경위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리 보다 더 많은 피가 묻은 것으로 조사된 패터슨을 방어하기 위해 변호인은 "패터슨은 붉은색 피가 잘 드러나는 밝은색 옷을 입은 반면, 리는 어두운 색의 옷을 입어 그렇게 보일 수 있었다"고 주장하면서"흉기로 찔린 조씨가 목을 계속 잡고 있었다면 가해자 (리) 보다 바로 옆에 있던 패터슨에게 더 많은 피가 튀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년 전 사건 직후 패터슨을 체포했던 미군범죄수사대(CID) 수사관이 출석한 지난해 11월19일, 패터슨 측 변호인은 CID의 수사가 미흡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CID 수사관은 당시 패터슨이 진범이라는 쪽으로 수사 결론을 냈다. 이에 변호인은 "CID는 당시 3일밖에 수사하지 않았다"며 "피해자 시신의 상처를 직접 보거나 현장 검증 등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패터슨 또한 "수사관들이 선입견을 갖고 나를 범인으로 몰아세우고, 친구들이 이같은 증언을 하도록 유도했다"며 수사 자체의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이밖에 도검전문가 한모씨가 출석한 지난해 11월26일 4차 공판과 당시 "진범은 패터슨"이라는 제보를 처음 받았다는 미국 헌병이 증인으로 법정에 나선 12월18일 8차 공판 등 패터슨의 진범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잇따른 증인들의 증언에 대해 패터슨 측 변호인은 각각 리의 당시 마약 사실 등을 강조하거나, 해당 진술들이 리가 퍼뜨린 거짓 소문에 의한 것이라는 점 등을 주장하며 패터슨의 결백을 호소했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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