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부터 신용등급 산정 방식이 차례로 개선된다. 30일 금융감독원이 12월1일부터 현금서비스 한도소진율을 개인신용평가 요소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그 신호탄이다. 금감원이 지난 9월20일 이런 내용의 '개인신용평가 관행 개선방안'을 내놓은 지 2달 여 만에 세부 실행계획이 가시화 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통신·공공요금 성실납부실적 제출시 신용등급 향상 ▲햇살론 등 서민금융 성실상환자 가점 부여 ▲30만원 미만 소액 장기연체자의 신용회복 기간 단축 등의 방안을 이르면 연내 추진키로 한 바 있다. 금감원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나이스신용평가정보(NICE) 등 신용조회회사(CB)들의 신용평가모형 개선 작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실제 시행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불합리한 신용등급 산정 방식 탓에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서민 금융 소비자들의 편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소진율을 CB사의 개인신용평가요소에서 제외하는 방안이다. 이날 시행안 관련 브리핑에 나선 김유미 금감원 IT·금융정보보호단 선임국장은 자신 사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했다. 김 국장은 "제 경우에도 현금서비스 한도를 200만원으로 설정하고 100만원을 쓰면 신용등급을 불합리하게 평가 받는 부분이 있었다"며 "한 카드로 한도를 전부 쓰는 사람이 여러 카드로 나눠 써서 신용등급을 낮게 받는 경우도 개선된다"고 했다.
합리적 소비를 위해 현금서비스 한도를 소액으로 설정하면 적은 돈을 쓰더라도 한도소진율이 급상승해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현금서비스 이용자 중 다수가 자금사정이 급박한 서민·자영업자 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도소진율은 금융취약계층의 신용등급 하락을 가중시킨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NICE는 신용평가를 할 때 현금서비스 한도소진율을 반영하지 않았으나, KCB가 이번에 참여하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NICE 신용등급이 높더라도 KCB에서 낮으면 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점이 개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금서비스 이용자의 70%에 달하는 262만명의 신용평점이 상승하고, 166만명(45%)은 신용등급이 상승할 것으로 금감원은 전망했다. 25만명은 7등급 이하에서 은행 이용이 가능한 6등급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를 대신해 다중·과다 채무자 등에 대한 신용평가를 기존보다 정교화하는 방향으로 신용평가모형을 개선했다. 최척 KCB 차장은 "복수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 대출과 현금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사람, 채무 추이를 볼 때 과거보다 현재 채무가 많은 사람 등에 대해 가중치를 주는 방식으로 평가를 정교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새희망홀씨·햇살론·바꿔드림론·미소금융 등 서민금융상품을 성실하게 상환한 사람을 대상으로 신용등급에 가점을 주는 방안도 12월 내 시행될 전망이다. 당초 내년 1분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신용평가모형이 계획보다 빠르게 구성되면서 앞당겨진 것이다.
구체적으로 신용 불량률(12개월 내 3개월 이상 연체율)이 6등급 평균 불량률 4.76% 이하인 경우가 해당된다. 그간 미소금융 성실상환자에 대해서만 가점이 부여됐다. 이번에 개선안이 시행되면 1만4000명의 신용등급이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증권금융 유가증권담보대출을 은행대출로 분류해 평가하는 방안도 조만간 발표된다. 한국증권금융 유가증권담보대출의 경우 평균 신용불량률이 0.42%에 불과하지만, 제2금융권 대출로 분류돼 은행대출보다 리스크(위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관련 대출 이용자 1만9000명의 신용평점이 상승하고, 이중 1만명은 신용등급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통신요금과 도시가스·수도·전기 등 공공요금,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납부실적 등 비(非)금융거래 정보를 개인 신용등급 산출에 반영하는 방안도 이르면 연내 추진할 방침이다.
신용등급 평가가 연체와 같은 부정적인 정보를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금융거래 실적이 부족한 계층 등 약 1000만명이 전체 10등급 중 4~6등급에 머물러 상위등급보다 고금리를 부담하는 부작용을 해결하려는 조치다. 금감원 관계자는 "협의를 거치면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거래자들이 CB사로 자료를 넘겨주면 곧바로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30만원 미만의 소액 장기연체자가 1년간 연체가 없으면 연체 이전의 신용등급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신용등급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는 방안도 연내 시행할 예정이다.
이밖에 은행의 신용평가는 소득이나 직업 등 신상정보나 연체정보 배점을 줄이고 성실 상환정보 등 긍정적 정보를 더 반영하는 개선안과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신용평가시스템은 최고금리로 편중된 대출자 비중을 신용도별로 분산할 수 있도록 개편하는 방안 등은 오는 2017년 중으로 시행된다.
금감원은 다만, 현금서비스 이용은 부채증가로 인식돼 여전히 신용평가에 부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으므로 과도한 이용 자제를 당부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김유미 금융감독원 IT·금융정보보호단 선임국장이 30일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소진율을 개인신용평가요소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내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히고 있다.사진/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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