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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MB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2015-07-28 15:40:27 2015-07-28 15:40:27
엊그제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오픈프라이머리, 정당명부비례대표, 의원정수 확대 등 여야의 정치-선거개혁방안을 설명했다. 진행자는 “이십년부터 듣던 이야긴데, 이번엔들 되겠냐”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린다’ ‘지역구도를 혁파한다’는 등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현역 의원들의 최고 관심사는, 자기 지역구 변화를 결정하는 선거구 획정이다. 게다가 여당은 야당을 향해 ‘민심을 모른다’고 야당은 여당을 향해 ‘기득권만 지키려한다’고 삿대질하고 있다. 양당 공히 “우리 주장은 옳고 너희 주장은 틀렸다”는 건데, 과연 기시감이 드는 풍경이다.
 
모든 정치제도는 제각각의 명분과 맹점을 갖고 있다. 따져보면 유불리는 있지만, 절대선도 없고 절대악도 없다. 명분과 유불리를 여야가 나눠가져야만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이것만이 유일한 협상의 룰이다.
 
실은 기회는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가 지역주의를 없애길 원한다면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을 제안했다. 바로 다음 날 이동관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은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생산적인 정치 문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는 여당이 좀 손해를 봐도 꼭 이뤄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그 해 다른 기자회견에서도 "호남에 가면 여당 의원 한사람도 없다. 구의원도 없다. 시의원 한사람 없다. 영남에 가면 야당 의원 구의원 시의원 없다"면서 "제도가 이렇게 돼 있는데 국민 소통 아무리 얘기해도 이대로 두면 앞으로 10년, 20년이 돼도 소통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청와대의 복안은 구체적이었다. 70~100만 수준 인구의 자치단체 60~70개로 전국 행정구역을 개편하겠다는 것. 이 그림대로라면 선거구도 광역화되고 중대선거구제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권역별 비례대표도 가능하다는 자세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면서까지 내걸었던 지역구도 혁파-중대선거구제 도입 설계도가 좀 더 구체화된 것이다.
 
야당이나 진보진영이 'MB발 제안‘에 적극 호응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상당부분 공이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제도는 혁명적으로 변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석수를 늘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모두가 아는대로다. 대선 당시 자신들도 행정구역 및 선거제도 개편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야당은 ‘MB발 발 제안’에 대해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진보진영이나 여당도 마찬가지였다. 대권 꿈을 꾸던 여당 도지사는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도를 폐지해 지방자치를 말살하려는 시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불과 5년 전의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진보적 언론, 정치전문가, 야당 지지자들이 아무리 총집결혀 여권을 기득권층으로 몰아붙여도 “의원수 늘리는 것은 무조건 싫다”는 강고한 국민정서를 깨기 어렵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있다. 어떤 명분과 실리를 새누리당과 나눌 것인지, 그것을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오픈프라이머리를 죽어도 수용 못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선관위가 제시했다고 소선거구제를 고수해야할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인가?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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