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현대·기아차 안방서 '굴욕'..품질경영 어디로?
2014-10-22 16:28:57 2014-10-22 16:28:57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현대·기아차가 안방에서 굴욕을 맛봤다. 정몽구 회장이 품질경영을 천명했음에도 실상은 국내 소비자들로부터의 철저한 외면. 수모다. 여기에 현대·기아차를 향한 반기업 정서까지 더해졌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상황의 심각성은 더해졌다. 
 
리서치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가 지난 7월부터 전국 10만1821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조사해 이달 초부터 연속으로 발표한 '자동차 품질 및 고객만족' 결과를 보면, 국내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이름은 없었다. 품질스트레스 지수는 업계 평균을 웃돌아 순위표에서 이름을 감췄고, 회사만족도와 제품만족도는 독일·일본 브랜드에 크게 밀렸다.
 
이 같은 소비자의 외면은 판매량 측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올해 국내 신규 등록된 수입차 누적 점유율은 지난달까지 15%에 육박, 지난 2004년 2.65%에서 10년 만에 무려 6배나 폭증했다. 반면 2000년대 초반 80%를 웃돌던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기준 67%대까지 주저앉았다. 사실상 '비상' 수준이다.
 
◇현대·기아차 양재 사옥.(사진=뉴스토마토)
 
◇현대·기아차, 소비자 평가 최하위 수준..獨·日 브랜드 상위권
 
마케팅인사이트가 발표한 자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항목은 '회사 종합만족도' 평가다. 새 차를 구입한 지 1년 이내의 국내 자동차 운전자 총 7443명이 응답한 평가에서 벤츠는 1000점 만점에 790점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벤츠에 이어 렉서스(788점), 토요타(776점), 혼다(771점) 등 일본 브랜드들이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BMW(756점)와 폭스바겐(722점), 아우디(703점) 등 독일 브랜드들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이름은 순위표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마케팅인사이트는 산업평균(687점)보다 낮은 브랜드들의 점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점수가 평균을 하회한 것이다. 국산차인 한국지엠(721점)과 르노삼성(715점)도 4위와 5위에 올라 현대·기아차의 자존심은 더욱 구겨졌다.
 
◇회사 종합만족도 우수 브랜드 조사 결과.(자료=마케팅인사이트)
 
새 차 구입 1년 이내의 운전자 7383명이 응답한 '품질 스트레스' 평가 순위에서도 현대·기아차의 이름은 없었다. 자동차 1대당 스트레스 경험건수를 평균한 SPU(Stress Per Unit) 지수의 전체 평균은 3.14건이었는데, 현대·기아차는 이를 상회했다.
 
이와는 반대로 렉서스(1.68건), 벤츠(1.73건), 혼다(1.82건), 토요타(1,86건), 폭스바겐(2.42건), BMW(2.51건), 아우디(3.02건) 등 대부분의 일본·독일 브랜드들이 상위권을 휩쓸었고 한국지엠(2.81건)과 르노삼성(3.05건)도 평균을 하회하는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품질 스트레스 우수 브랜드 조사 결과.(자료=마케팅인사이트)
 
이밖에 같은 조건의 운전자 7618명이 응답한 자동차의 '제품 만족도' 평가에서는 현대차가 전체 평균인 586점보다 1점이 높은 587점을 받아 간신히 순위표에 턱걸이했다. 아우디(669점)와 벤츠(663점), BMW(660점) 등 독일 브랜드와 렉서스(654점), 혼다(635점), 토요타(610점) 등 일본 브랜드들이 이번에도 역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기아차는 또 다시 평균을 밑돌았다.
 
◇제품합만족도 우수 브랜드 조사 결과.(자료=마케팅인사이트)
 
◇전문가들 "반현대차 여론 심각한 수준"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받고 있는 외면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신뢰 회복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해외국가와의 역차별 논란이 일었고, 이것이 기업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결과가 됐다"며 "매년 불거지는 노조 파업이나 최근의 과장연비 논란, 자동차 누수 문제 등 현대차와 관련한 각종 논란들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이번 결과로 나타났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도 "국내 소비자들의 현대·기아차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과거보다 훨씬 더 커지고 있는 느낌"이라며 "소비자들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고 안티 여론을 잠재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법규와 서비스 등이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데, 이런 흐름을 하루 빨리 캐치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고 있는 애프터서비스 분야에서 좀 더 소비자를 배려하고 리콜 등 안전과 관련한 문제도 숨기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현대·기아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비판적 평가와는 달리 해외에서의 평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22일 미국 머콤사(MerComm INC)가 발표한 '2014 갤럭시 어워즈'의 연차보고서 부문과 브로셔 부문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최고상을 수상했다.
 
앞서 지난 9일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Interbrand)가 발표한 '2014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도 현대차는 104억달러(약 11조원)의 브랜드가치를 기록해 처음으로 40위권에 진입하면서 글로벌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국내외의 이 같은 상반된 평가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의 최근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좀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면서 "품질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협력사들과의 연구개발 협조를 강화하고 동반성장을 논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노력은 더 필요해 보인다. 평가는 철저히 시장의 몫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