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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합성고무 시장 1위 랑세스도 '고객 속으로'
제품에서 고객사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
2014-09-02 18:50:04 2014-09-02 20:07:26
◇석유화학 단지 전경.(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세계 합성고무 시장 1위인 랑세스가 지난달 초 사업 재편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개편안은 회사의 핵심 사업인 합성고무 사업의 기능을 통합, 기존 14개에서 10개 사업부문으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합성고무 등 석유화학 업황 전반이 바닥이라는 판단에 따라 고객사 중심으로 사업부를 구성, 제품 중심으로 조직이 짜여진 경쟁사들과 차별화했다는 평가다.
 
2일 랑세스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랑세스 독일 본사는 지난달 6일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조직 개편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랑세스는 기존 14개에서 10개로 사업부문을 대폭 축소하고 사업역량을 집중, 효율을 꾀하게 됐다.
 
개편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회사의 핵심인 합성고무 사업부문의 재구성이다.
 
부틸고무와 부타디엔고무 등 각각의 사업부를 타이어 앤드 스페셜티 고무(TRS)로 합쳤다. 대부분의 합성고무 업체들이 공급자 관점에 입각해 조직을 구성한 것과 뚜렷이 대비되는 지점이다. 동일한 고객사임에도 공급 제품마다 각 사업부가 각개 대응하는 업계의 관행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틸고무와 부타디엔고무 제품 구입 시 타이어 업체들은 각 사업부를 따로 접촉하지 않고 통합된 TRS에서 제품군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자동차용 부품을 생산하는 기능성고무 사업부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EPDM(에틸렌 프로펠렌 디엔 모노머) 고무를 기능성고무 사업부로 통합, 판매와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역시 최대 수요처인 자동차 부품 업계를 겨냥한 전략이다. 공급처는 같은 데 반해 영업과 서비스는 별도로 제공,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랑세스가 조직개편을 통해 일대의 개혁에 나선 것은 수익성 급감에 따른 자구책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랑세스는 지난해 특별손익항목을 제외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에서 7억3500만 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0% 급감한 수치로, 회사의 주력 사업이자 합성고무가 속한 고기능성폴리머 사업 부문 매출이 13%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이에 회사는 기존대로 업황 회복을 수동적으로 무작정 기다리기 보다 발빠르게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고객사 확보에 나서는 능동적 전략을 택했다.
 
랑세스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은 변화된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이를 통해 랑세스는 타깃 시장과 고객 중심의 효율적인 사업부 조직을 갖추고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랑세스의 변신을 두고 원료 공급자와 수요자 간 변화된 역학관계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합성고무를 비롯해 석유화학 업계 전반이 공급과잉에 직면하면서 각 업체마다 기존 고객사와 거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게 최대의 과제로 떠올랐다. 공급처 다변화로 구매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가격 협상에 대한 주도권도 수요자 쪽으로 이동했다.
 
전문가들은 랑세스가 조직개편에 나선 것도 이러한 변화된 시장 환경에 맞춰 고객사와 눈높이를 맞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도 기존 석유화학사업만으로의 성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돌파구 마련에 부심 중이다.
 
최근 LG화학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고흡수성 수지(SAP)·합성고무 제품 등 기술기반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LG NanoH2O를 통해 수처리 필터 사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자구안의 일환이다.
 
한화케미칼 역시 자회사인 한화L&C 건자재 부문을 매각, 소재부문에 집중하는 것을 비롯해 폴리우레탄 원료인 TDI 생산업체 KPX화인케미칼 지분을 인수하는 등 사업 재편을 단행했다. 고객사 중심의 조직 개편을 단행한 랑세스와 달리 사업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 격화와 수요 침체로 더 이상 기존 영업방식을 고수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중국의 수요가 회복되기를 기다리기보다 바뀐 역학관계를 이해하고,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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