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특허소송 전문성 키우자)③국익 차원에서 접근해야
국가지재위 '관할집중' 대안으로..대법원도 '수긍'
대만 '사전선발'로 극복..결국 법관역량 강화가 해답
입력 : 2014-02-19 14:59:55 수정 : 2014-02-19 15:03:58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특허침해소송을 재판하고 있는 일반법원 지적재산전담 법관들의 전문성 문제를 두고 법원과 특허변호사들 간 의견차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관할 집중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특허소송은 크게 특허무효확인소송과 특허침해소송 두가지 형태로 나뉜다. 특허무효확인소송은 특허법원에서, 특허침해소송은 일선 법원 지적재산전담 재판부에서 각각 맡고 있다.
 
이 가운데 특허침해소송을 맡고 있는 지적재산전담 재판부는 서울고법에 2개, 전국 11개 지방법원에 14개가 설치되어 있다. 대전지법과 제주지법은 각각 단독판사 1명이 소송을 전담하고 있다.
 
◇지재전문 재판부 분산..판결간 모순 발생 
 
지적재산전담 재판부가 이렇게 여러 법원에 분산되어 있다 보니 판결이 서로 모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또 지적재산전담부가 전국 모든 법원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시간과 비용의 손실 문제가 적지 않다.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관할집중이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봐도 법관 개인의 전문성이 담보되는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주요국가들은 관할집중 체제로 가는 추세다. 특허법원 판결의 일관성 확보가 1차적 목표지만 전담법관의 전문성 확보도 주요 목표다.
 
우선 일본은 2003년부터 특허권 등 기술계 권리에 관한 민사소송, 즉 특허침해소송의 1심 관할을 동경지방재판소와 오사카지방재판소 두 곳의 전속관할로 두고 있다.
 
이 두 법원의 항소심은 모두 동경고등재판소와 함께 있는 지적재산고등재판소에 집중되는데 지적재산고등재판소는 2005년 문을 열었다. 지적재산고등재판소는 동경고등재판소 건물 내에 함께 있지만 법제상 전혀 별개의 조직이다.
 
일본의 지적재산고등재판소는 초기에 특허 심결취소소송과 동경고등재판소 관내의 특허침해소송만 맡았으나 현재는 동경과 오사카는 물론 전국의 특허침해소송, 심결취소소송을 관할하면서 지적재산권 분쟁에 대한 일괄적이고 신속한 처리가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본부(사진=PRESSTV)
 
◇유럽통합특허법원 유럽 관할 통합
 
2015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되다가 잠시 정체된 유럽통합특허법원(Unified Patent Court)도 유럽내 특허소송의 관할집중을 기본 얼개로 하고 있다.
 
UPC는 국가별 특허분쟁 관할 법원이 다른 현재와는 달리, UPC에서 특허 침해와 유무효 등을 판단해 유럽 전체에 효력을 미치게 하자는 시스템이다.
 
특허침해소송과 특허무효소송을 모두 관할하지만 물리적 거리와 특허분야의 다양성 때문에 1심 법원을 영국과 독일, 프랑스에 각각 나눠 설치하자는 데 지난해 6월 합의가 된 상태다.
 
이에 따르면 국제특허분류상 A (의약, 농약, 일상용품)와 C (화학, 바이오, 금속) 섹션의 특허는 런던에서, F (기계 공학) 섹션의 특허는 뮌헨에서, 나머지 B, D, E, G, H(전자, 물리학 등) 섹션의 특허는 파리에서 중앙부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에 대한 항소심은 파리에 설립될 유럽특허 항소법원에서 심리하게 된다.
 
UPC에서는 특허침해소송과 특허무효소송을 모두 다툴 수 있다. 특히 특허침해소송의 피고가 해당 특허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을 그 소송에서 반소로 제기할 수 있다. 이는 영국과 프랑스의 시스템을 따른 것으로 독일은 특허무효를 특허법원의 전속관할로 하고 있다.
 
UPC 시행이 지연되는 이유는 국가별로 다른 소송제도를 하나로 합치는 데 대한 기술적 이해의 차이 때문이라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재판부 법률법관 2명에 기술법관 1명
 
가장 문제가 재판부의 중립성 및 전문성의 문제인데 유럽통합특허법원 설립안은 1개 합의부를 법관 3명으로 구성하되 2명은 법률판사 1명은 기술판사를 선임하도록 되어 있다. 홀수 법관 구성으로 어느 나라 출신 법관을 선임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는 앞으로의 유럽 내 특허소송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2015년 예정이었던 UPC 개원이 1~2년 연기될 뿐 개원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리가 모델로 하고 있는 독일은 특허침해소송 관할과 특허무효소송 관할이 분리되어 있다. 특허침해소송은 12개 민사법원이 관할하고 특허무효소송은 연방특허법원이 관할한다. 연방특허법원은 특허침해소송에 대한 심판권이 없다. 그러나 UPC가 개원하면 독일 역시 UPC에 특허소송을 맡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관할이 집중되어 있다. 특허사건은 주법원이 아닌 연방관할항소법원(CAFC)에서 1심을 맡는다. CAFC에는 특허와 관련된 전담재판부는 없다. 그러나 법관이 종신직이므로 최소한 십수년간의 소송경험이 있기 때문에 전문성 문제는 제기되지 않고 있다.
 
◇사법정책자문위 '관할집중' 문제 곧 논의
 
우리나라도 정부차원에서 특허관련 소송에 대한 관할집중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특허침해소송의 1심은 서울중앙지법과 대전지법으로 집중시키고, 그 항소심은 특허법원에서 맡도록 하자는 방안을 확정했다. 국가지재위는 이 안의 추진을 위해 3년간의 준비기간과 1년간의 시범실시를 거쳐 이르면 2018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법원도 긍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현재 사법정책자문위원회 논의 주제로도 잡혀있다"며 "조만간 어떤식으로 통합할 것인지가 바람직한 것인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할집중 문제가 대안으로 모색돼 추진되고 있지만 법관 개인이나 지적재산 전담재판부 차원의 전문성 확보가 보다 근본적이고 시급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지적재산 전담재판부의 전문성 부족 문제는 공판에서 법관의 불필요한 언행과 맞물리면서 사법불신 문제까지로 비화되기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연중에 일방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는 의혹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PC나 휴대폰, 전자기기 등 생활에 밀접한 제품의 경우 더욱 그렇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애플간의 특허침해소송에서는 재판 도중 당사자 일방에 치우친 듯한 발언이 재판부에서 나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사진출처=로이터통신
 
◇궁극적 해결 방안은 법관의 전문성 확보
 
이 같은 의혹이나 오해를 불식시키고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특허사건을 심리하는 법관이나 지적재산 전담재판부의 전문성 확보는 시급하고도 필수적이라는 게 기업 등 '특허 소비자'와 특허전문변호사들의 의견이다.
 
그 개선안으로 우선 일선 법원 지적재산 전담 재판부에서 특허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의 근무연한을 최소한 3년 이상, 특허법원의 경우는 5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유력하다.
 
연한이 쌓이는 만큼 전문성도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특허전문 법관 풀(pool)'이 생기면서 합의부 구성시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특허소송을 처음 맡는 법관이 배치되더라도 부장판사나 선배 법관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오류를 잡아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관의 순환근무시스템의 예외를 둬 특허법원을 중심으로 별도의 순환시스템을 두자는 의견도 나온다.
 
지방법원에서 지재전담재판을 했던 판사는 고등법원격인 특허법원 배석판사로 보임됐다가 연한이 끝나면 다시 지방법원 지재전담 선임배석이나 부장으로, 이후 임기가 끝나면 특허법원 부장판사로 순환을 시키자는 얘기다. 대법원 재판연구관도 같은 맥락에서 법관인사시 고려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의견에 대해서는 법관 순환근무시스템이라는 사법인사정책과 어긋나고 전문법관의 인력유출이나 다른 재판부로 이동을 원하는 법관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대만, 특허법관 사전심사로 선발
 
또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특허법관 사전심사제다. 대만에서 이 같은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대만은 특허법관을 임명하기에 앞서 전문성 심사를 하고 있다. 그동안의 연구사항이나 논문 등을 엄격히 심사해 통과한 법관만 특허사건을 다루게 하는 것이다. 임명단계부터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특허법원 설립이 늦었지만 법관의 전문성 면에서는 한수 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법관의 전문성과 관련한 법관의 근무연한이나 순환시스템제의 일부 변경 등은 사법부 관할의 문제다. 사법부의 동의 내지는 양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허소송과 관련해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지난해 내놓은 관할집중안 마련에 참여한 한 전문가도 이같은 점을 지적하며 "당시 보다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사법부 의견을 기다려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IP기술과 특허소송에 대한 역량은 그 나라의 국력과도 직결된다"며 "우리나라가 특허 대국으로 동아시아의 IP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대승적 차원의 사고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도 "우리나라는 세계 5위권 내에 드는 지식재산 강국이지만 이를 지켜낼 방패가 '유리방패' 수준"이라며 "특허소송의 특성상 신속성과 전문성이 가장 우선되는 만큼 법관의 전문성이 시급한 문제라는 의식을 사법부 스스로 자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법원 전경(사진제공=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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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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