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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심판, "'RO'=통진당" 여부 두고 참고인들 불꽃 공방
양측 참고인 교수 4인 5시간 넘게 날선 공방 이어가
'정당해산심판 정당성' 주제 물밑 "'RO'관련성" 난타전
2014-02-18 20:00:36 2014-02-18 20:04:43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석기 의원 등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이 전원 징역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18일 통진당 정당해산심판 변론기일에서 통진당과 정부측 참고인들이 참석해 불꽃 공방을 벌였다.
 
18일 헌법재판소 대법정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정부측과 통진당측 참고인으로 나선 네명의 교수들은 다섯 시간이 넘는 공방을 이어갔다.
 
주된 주제는 정당해산심판의 정당성에 대한 진술이었지만 이 의원과 'RO'사건을 통진당의 활동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를 두고 치열한 물밑 논쟁이 오갔다.
 
정부측 참고인으로 나선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정당해산심판 제도는 사전 예방적 헌법수호 제도”라며 “헌법 파괴의 위험성이 있는 정당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당 목적 위헌성 당원 활동으로도 드러나"
 
이어 “헌법이 요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해산심판 대상 정당의 위헌적 ‘목적이나 활동’이라는 표현은 선택적 표현으로 한 가지만 충족되면 성립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당원들의 연설 등을 통해 드러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해 전날 이 의원 등의 유죄판결과 통진당의 목적성을 부각시켰다.
 
역시 정부측 참고인으로 나선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어떤 정당이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내용의 목적을 강령 등에 제시하는 정당은 없다”며 “강령 등에 숨어 있는 ‘은폐된 목적’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당의 은폐된 위헌적 목적이 당원들의 활동 중에서 나타나고 그것이 정당의 공식적인 의사결정을 통한 것이 아니더라도 정당의 성격과 부합되는 행동이고, 정당이 이같은활동의 매개가 됐다면 정당의 활동으로 귀속시켜야 한다”고 말해 전날 1심 재판부로부터 실체가 인정된 'RO' 모임과 통진당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심판 2차공판이 열린 18일 헌법재판소 청사 앞에서 보수성향 시민단체 회원들이 통합진보당의 해산결정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최기철 기자)
 
◇"통진당 '민중주권' 계급투쟁적 성격 확인해야"
 
장 교수는 또 “통진당은 국민주권을 인정하면서도 민중주권과 국민주권을 다르다고 한다”며 “통진당이 생각하는 민중과 국민의 차이점을 확인해야 한다. 계급투쟁적 성격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진당측 참고인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날 통진당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적기가만 불러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고, 치밀한 국정원의 정보활동에서 일부 당원의 일탈이면 몰라도 정당 전체가 위헌적 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며 'RO'모임과 통진당의 연관성을 부정했다.
 
정 교수는 정당해산심판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번 사건은 정당해산심판제도 가동시기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가동시기가 빨라지면 초기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는 사고가 만연하고 해산 사유의 실체성과 구체성을 잃어 결국 추상적 이념으로 옮겨가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아닌 늑대의 탈을 쓴 양들이 죽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심판청구서 국보법 위반 공소장 같다"
 
통진당측 참고인으로 나선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정당해산심판은 60년 전 반공 이데올로기라는 그릇된 관점에서 시작됐다”며 “특히 청부측 청구서는 국보법 위반사항에 대한 공소장과 다르지 않다”고 비난했다.
 
송 교수는 “청구서에는 북한의 주장과 같다. 북한의 주장에 동조했다는 표현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며 “북한의 주장과 같다는 것만으로 정책의 당부 문제를 떠나서 위헌정당으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 헌법적으로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면 국민이 현실적으로 고려해서 선택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측의 청구내용은 통진당의 정당적 위헌성을 지적하지 않고 국보법 위반의 문제만을 건드리고 있다”며 “(통진당은)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측과 통진당측 대리인들도 시간을 별도로 배정 받아 참고인들에게 송곳 질문을 퍼부었다.
 
통진당측 김선수 변호사는 정부측 장영수 교수에게 “세계적 추세로 볼 때 베니스위원회 지침에서는 정당해산심판이 확실하게 비례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독일연방법원이 과거 독일공산당 등에 대해 판단한 것과 차이가 없다고 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경찰관들이 18일 통합진보당 2차 공판이 열리고 있는 헌법재판소 청사 앞에서 사고방지를 위해 도열해있다.(사진=최기철기자)
 
◇"정당해산심판 세계적 추세 달라진 것 없어"
 
이에 장 교수는 “약간의 차이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작은 부분이 결정적이냐? 아니다. 베니스위원회 지침, 유럽인권법원 판결이나 공산당 판결에 대해서 달라진 부분들이 있긴 한데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니다”고 맞받았다.
 
통진당의 연방제 통일 방안의 위헌성을 묻는 김 변호사의 질문에 대해서도 장 교수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이고 방어적 민주주의”라며 “통진당 통일방안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정부가 부정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통진당측 참고인인 송기춘 교수는 공판 말미에 정부측 대리 검사들과 진보적 민주주의의 위헌성에 대해 설전을 벌였다.
 
이어 정부측이 “어제 유죄판결을 받은 이석기 의원과 'RO' 모임의 내란음모 활동을 통진당의 활동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핵심을 찌르자 “직접적으로 강력한 처벌을 하는 것은 헌법이 아니라 법률이며 이미 그것(형벌)은 가해졌다”고 일축했다.
 
◇"이석기·해산심판 동시 청구..자정노력 기회마저 차단"
 
송 교수는 또 “주요 당원들이 그런 활동을 했더라도 당 내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처리되는 과정을 봐야 한다. 통진당은 자정노력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며 “이석기 의원 사건과 통진당 해산심판은 동시에 이뤄져 그런 가능성마저 차단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헌법재판소 청사 앞에는 보수성향 단체원 80여명이 모여 통진당에 대한 해산결정과 활동금지 가처분 결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헌법재판소는 다음 공판을 3월11일 오후 2시에 열기로 했다. 이날 기일에는 통진당의 강령과 북한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이어서 '이석기(RO)'와 통진당의 연관성을 두고 양측의 불꽃 공방이 재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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