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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皇帝)의 퇴진
2008-04-25 18:19:00 2011-06-15 18:56:52
  
 
비자금과 차명계좌 의혹으로 특검의 수사를 받아왔던 삼성그룹의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조세포탈과 배임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의 실질적 오너로서 그간 삼성의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진두 지휘했다. 그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을 서구의 주요 언론들은 대체로 놀랍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이건희 회장은 그러나 삼성그룹의 최대주주로서의 몫은 그대로 남겨두었다. 이 회장이 표면상으로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실제로 이 회장이 삼성 그룹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여전히 가능성에 불과하다.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도 이번 특검의 불구속 기소 처분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변한 것이 아무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도 이번 삼성의 쇄신안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삼성그룹은 후속 회장을 공석으로 남겨둔 채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각 계열사의 사장단 회의와 전문경영진이 자율적인 경영체제를 유지하며 느슨한 계열사간 통합 형태의 그룹 운용이 이어질 것으로 언론은 내다봤다. 전략기획실이 해체되고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등 일부 인사의 퇴진으로 미뤄볼 때 표면적으로는 조직 쇄신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룹의 의사결정기구의 변화이지 언론이 기대하는 혁신적인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삼성그룹의 쇄신안 발표는 삼성그룹의 임직원은 물론 국민들의 관심 또한 지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순환 출자 형식을 유지하고 이재용 상무가 현 직위에서 해외로 보직이 변경되는 수순으로는 실질적인 삼성의 조직 혁신이 이뤄졌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남는다. 모양새는 이건희 회장의 총수 사임이라는 파격을 띠고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현재 진행형의 구도이다. 일부 시민단체의 불만 섞인 토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삼성은 경영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은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이다. SK최태원 회장도 분식회계로 옥고를 치렀지만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했고 이건희 회장도 불기소 처분으로 마무리된다면 스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는 점에서 총수 복귀의 수순을 밟지 않으리라는 관측이지만 삼성 그룹 경영의 최종결정자로써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하리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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