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사실상 '재난' 수준이었던 지난 15일 전국 정전사태로 인해 기업과 상인들의 피해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산업계와 시민들 사이에서는 한국전력을 상대로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5일 정전으로 전국에서 발생한 승강기 갇힘 사고는 모두 1902건으로 구조된 사람만 무려 2901명에 달한다.
양식장 물고기가 폐사하고 식재료가 상하는 등 상인들과 중소기업 공장 가동 중단 등을 더한다면 그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 민사소송 움직임 본격화..한전 책임 회피
정전재해 피해 잇따르면서 산업계에서는 한국전력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여야 한다는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한전이 폭염 예보를 무시하고 발전소에 대한 점검을 실시한데다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채로 일방적으로 순환정전을 한 만큼 정전사태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현행 법규상 피해 보상액은 정전된 시간 동안의 '전기요금 3배'로 제한하고 있어 피해 보상액은 그리 크지 않아 책임을 묻더라도 한전이 입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전이 일어나도 한전이 패소한 경우는 지난 6년동안 25건 중 1건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한전의 과실은 10%만 인정돼 사실상 책임회피가 가능했다.
◇ 긴급대책 메뉴얼 엉망진창 "자체판단해 전력 중단"
이번 정전사태로 인해 전력공급 시스템 총체적 부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애초 늦여름으로 인해 전력수요가 높아져 전력수급에 문제가 있었다는 날씨탓은 무색한 변명으로 밝혀졌다.
전력거래소는 한전과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판단을 내려 순환정전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나 과잉대응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사상 유래없는 이번 정전 사태와 관련해 사전에 마련된 정부의 매뉴얼을 따르지 하지 않고 자체 판단으로 순환 정전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순환 정전 조치가 실시된 지난 15일 오후 3시의 예비 전력은 148만9000㎾대였지만 정부가 마련한 대응 매뉴얼을 보면 선 조치 후 보고는 예비전력이 100만kw 미만인 심각 단계에서만 가능한 조치로 밝혀졌다.
◇ 정전대란 당시 최중경 장관 만찬 즐겨.."자격 있나"
전력대란 와중에 에너지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의 최중경 장관은 전국적인 정전대란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주관한 만찬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만찬에 참석한 최 장관은 단순한 대국민 서면 사과문을 배포하는 것으로 사과를 대신해 지경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결여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최 장관은 성명을 통해 “전력수급 상황이 급변할 것을 예측하지 못해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사전에 예고하지 못한 상태에서 순환 정전이라는 불가피한 조치를 하게 됐다”며 “국민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쳐 드리게 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늦더위가 예견된 상황이었고 정부가 전력수급 예측을 잘못해 발생했고, 비상 메뉴얼과 달리 전력거래소가 순환정전을 자체 판단한 결과 빚어진 관재(官災)이 뒤늦게 밝혀졌다.
더구나 대국민 재난 안내방송이나 긴급문자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전을 단행해 애먼 산업계와 시민들의 피해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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