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오늘 시청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라고 협조문이 날라왔습니다. 저장고에 차있는 음식물 찌꺼기만 해도 한 가득인데 처리업체가 안오면 이 쓰레기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구리시 인근 음식점 관계자)
30일 구리시는 각 가정과 음식업체 등에게 협조문을 배포해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가량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국토해양부가 음식물류 폐수 해양배출 금지를 입법예고함에 따라 인천소재 음식물쓰레기와 폐수처리업체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구리시청 자원행정과는 협조문을 통해 "당장은 마땅한 시설이 없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 처리 지연으로 불편이 예상된다"며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평소의 50%정도로 줄여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 "음식물쓰레기 절반 줄여라"..전국이 쓰레기장 우려
구리시민들과 일부 음식업체들은 사전에 전혀 알려진 바 없이 갑작스럽게 시가 협조문에 발송해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라고 하자 어리둥절한 반응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 전국의 해양배출협회 회원사 19개 업체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해양배출전면금지에 항의하며 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구리시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이 음식물쓰레기와 가축분뇨 등으로 몸살을 앓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해양부가 입법예고 했듯이 오는 2012년부터 해양배출이 전면금지되면 대량의 폐기물(가축분뇨 등)이 이렇다할 처리시설도 없이 방치되거나 불법으로 사유지나 하천 등에 투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 환경부가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부터 육상에서 처리해야할 폐기물 총량은 월간 1만589톤이고 이 중에서 실질적으로 처리 가능한 양은 9020톤에 불과하다.
즉 하루에 1569톤, 연간 57만톤 가량의 폐기물이 처리불능으로 오갈데 없이 방치된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같은 환경부 통계자료는 하수슬러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음식물 쓰레기까지 통계에 포함시킨다면 육상처리 불가능한 양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1월1일부터 국토부가 총인규제를 시행하면 현재 발생량의 15~20%의 폐기물이 더 쏟아져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실질적으로 3000톤 이상은 처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 지자체 처리시설 주민반대로 무산 일상화.."불법투기 늘 것"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정부가 제시한 시설설립 로드맵과는 달리 대형 폐기물 처리시설의 건립조차도 녹록치 않다는 게 문제다.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공통자원화시설을 2012년까지 70개소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오염물 처리시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설치되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악취로 인한 민원 빈발 등으로 현재까지 준공된 곳은 38개소 뿐이며 이마저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해양배출협회 관계자는 "현재 대다수 축산폐수처리장이 예산과 민원 때문에 착공조차 못한 곳이 많다"며 "착공한다 해도 준공시까지 최소한 4~5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폐기물 처리까지의 공백은 크다"고 지적했다.
별도의 유예기간 없이 갑작스럽게 해양배출이 전면금지 된다면 폐기물 육상처리 시설부족으로 인한 공백이 생겨 폐기물이 농가 인근에 방치되거나 불법으로 매립되는 등의 부작용이 속출할 수도 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지방에서는 가축분뇨를 처리할 시설이 부족해 아무 곳에나 투기하는 일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며 "사태가 심각해지면 유기성 폐기물 등을 매립시에는 침출수 유출과 토양, 하천오염이 우려되고 침출수가 유출되는 등 토양, 하천 전반이 오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양배출과 관련된 법안은 해양관리를 담당하는 국토부 소관이다. 하지만 해양배출을 전면금지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국토부는 폐기물 처리시설의 실질적인 운용과는 사실상 무관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전국에서 배출되는 각종 축산 폐기물과 하수오니, 음식물 쓰레기 등은 환경부의 공동처리시설과 농림부의 공동자원화시설에 의해 정화처리되거나 비료로 자원화된다.
◇ 해양배출금지 두고 엇갈린 반응..국토부는 "GO", 환경부는 "글쎄"
실질적으로 폐기물을 비료 등으로 자원화하는 등의 실무를 맡고 있는 부처는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라는 말이다. 그런데 국토부가 앞장서는 이유는 뭘까.
국토부는 관계부처와 관련단체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해양배출 전면금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 때문에 관계부처와의 협력은 커녕 제반상황에 대해 컨트롤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정책 추진의 주체이면서도 '컨트롤 타워'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국토부 해양보전과 관계자는 "내년부터 육상처리가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입법예고된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정작 폐기물을 육상처리할 환경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해양배출이 전면금지되는 시점까지 약 4개월 남짓한 기간밖에 없기 때문에 빠르면 연말부터 전국 각지에서 다발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게다가 육상처리시설을 확충하려면 지금까지 출자된 비용보다 적어도 9000억원 이상이 더 필요하다"며 예산부족과 시간부족 등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환경부 내에서도 폐기물을 자원화하는 부서는 정부계획에 따라 민간투자가 이미 이뤄진만큼 계획대로 추진되길 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실제로 폐기물 처리를 담당하는 부서 공무원들은 전량 육상처리하기엔 아직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우려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같은 부처내에서도 주무 부서간 이견이 조율되지 않았다는 고백이다.
해양배출협회 관계자는 "해양배출은 어느 시점에서든 중단돼야 하는 것이 옳지만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정책"이라면서 "이번 해양배출 전면금지는 정부의 외교적 체면을 위해 소상공인을 폐업으로 내몰고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성공적으로 폐기물 육상처리 능력을 개발한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점진적으로 폐기물 처리능력과 시설을 개발한 뒤 육상처리가 완벽히 이뤄진 시점에서 해양배출을 중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 황민규 기자 feis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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