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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뒷북 장단에 애먼 칼춤'추는 정부 물가대책
2011-07-15 13:29:25 2011-07-15 13:30:14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올해 경제부 기자들의 초미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물가'다.  소비자물가는 상반기 내내 줄기차게 4%를 넘어 고공행진을 벌였다. 
 
'이달에는 얼마나 더 오를까'라는 예상치를 걸고 기자들이 물가 관련 공무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급기야 정부는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의 최우선 방향을 '물가안정'에 두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 물가가 안정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매주 정부가  물가안정대책회의를 열고 석유TF니 통신비TF 등을 꾸리고 가격 담합조사에 나서면서 기업들을 겁주고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은 별로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3개월 전 정부는 정유사에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인하하도록 압박했지만 100원 인하기간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주유소 기름값이 재차 치솟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급격한 기름값 인상을 막기 위해 '2000원은 되지 않을 것'이란 견제성 발언을 내놨고,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100원인하 종료후 단계적 인상"을 언급했지만, 서울시내 주유소들은 이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곧바로 2000원을 훌쩍 넘긴 기름값을 내걸었다.
 
이번주에 SK와 GS 등의 정유사들이 20~40원 가량 휘발유와 경유의 공급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재고가 소진되는 1~2주 뒤부터는 기름값이 더 오를 전망이다. 
 
최근 외식비를 비롯한 개인서비스요금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이달초 정부는 '음식점 현장 가격조사에 나가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임대료, 전기요금, 재료값 등이 다 상승했는데도 과연 음식점들이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기업들에게 엄포를 놓고 칼을 휘둘러 대는 정부는, 그러나 정작 물가를 잡을 수 있는 핵심 카드인 금리 인상과 원화절상, 유류세 인하 등에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14일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한 한국은행은 이튿날인 15일 올해 물가상승률을 당초보다 0.1%포인트 높은 4.0%로 올려잡았다. 한은은 물가급등에 대한 경고음이 지난해부터 나왔지만 뒤늦게 금리인상에 나서왔다.
 
원유에 대한 관세율 3%를 0%로 낮추거나 유류세를 인하하라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귀를 막고 있는 것 같다.  박재완 장관은 "할당관세를 인하해도 리터당 인하 효과는 20원에 불과하다"며 "세수는 1년에 1조2000억원 줄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인하 효과는 그야말로 찔끔이라서 내리고도 욕 먹을 것"이라며 관세 인하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근 집중호우로 인해 채소·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가공식품과 외식비 등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 역시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는 안일한 대책만 내놓고 있다.
 
'기업들의 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의 대책만으로 올해 정부가 내놓은 물가 상승률 전망치 4% 방어는 쉽지 않다.  설령 기업들이 지금 당장 가격을 올리지 않더라도 기회를 봐서 조만간 가격을 올리거나 제품의 질과 양을 떨어뜨리는 편법으로 정부의 칼을 피해갈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뒷북 정책에다 근시안적인 물가 정책만을 계속하다 결국 국민들 모두가 올해 내내 물가 때문에 고통받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뉴스토마토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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