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지욱기자 박미정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금융권과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예상과 기대보다 약한 대책'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우선 당초 '강력한 대책을 내겠다'던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발언보다는 훨씬 '미지근한 대책'이라는 반응이다. 1000조원에 달하는 우리 경제의 '최대 잠재적 폭탄'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규 주택대출을 줄이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가계 부실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비거치식 일시상환·변동금리 대출을 거치식 분할 상환·고정금리로 전환토록 유도하는 대책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그동안 다 논의됐던 대책들이 재탕으로 나온 것 같다"며 "무엇보다 이런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총량을 줄이는 것이 통화당국의 정책도 함께 나와야된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아무리 금융당국에서 대책을 내 놓아봤자 문제 핵심인 금리 인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가계부채의 2/3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런 주택담보대출이 많은 은행권에 패널티를 주겠다는 정책 역시 보다 강도 높은 수준으로 나왔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강력한 대책이 오히려 금융시장에 혼란을 불러오고 가계의 급격한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번 '온건한 대책'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들은 이번 대책으로 신규 주택대출이 줄어들어 영업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지만, 기존 대출이 줄어들기 보다는 장기로 연장하는 등 갑작스런 충격은 없을 것이라며 다행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초 예상했던 충당금 적립 문제등이 빠졌기 때문에 금융위의 발표가 생각보다는 강하지 않다"며 "하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를 통해 위험을 방지하는 대책을 펴야한다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곧 고정금리를 장기대출로 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상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대책이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지만 은행권의 자금공급을 낮춰 서민들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화있게 접근했다는 반응도 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나왔던 대책들을 종합해서 내놓은 만큼 쓸 수 있는 대책은 다 나왔다고 본다"며 "아직까지 가계부채가 통제가능한 수준인 만큼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간접적인 제한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방식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은행의 예대율 준수비율을 현행 100%에서 하향 조정하고 주택담보대출이 많을 경우 BSI에 불이익을 주는 등의 조치가 있었지만, 은행의 총량규제 등 '돈줄죄기'식 대책은 제외해 시장이 받을 충격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또 제2금융권의 레버리지 규제 도입이나 대손충당금 제도 역시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반응이다.
더불어 이후 가계대출의 동향을 지켜보면서 가계대출 증가율이 적정수준을 넘을 경우 초과분의 일정 부분을 준비금 형태로 적립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겠다는 점 역시 시장을 충분히 배려하면서도 은행의 자발적인 노력을 촉구한 제도라는 평가다.
그러나 서민 자금줄에 대한 충분한 보완대책은 부족했다는 의견도 있다. 분명 서민들의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텐데 그 숨통을 트이게 할 직접적인 대책은 마땅히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강도높은 직접적인 규제는 혼란이 초래 될 수 있는 상황인만큼 은행의 건전성 등을 유도하는 간접적인 대책이라는 점에서 봤을 때 시기상 적절한 대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일자리 창출 등 소득을 높여줄 수 있는 대책도 추가적으로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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