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선영 기자] 가계빚이 늘고 금리가 오르면서 리스크도 커지고 있지만, 정작 사망 등에 따른 대출 상환 리스크를 보장하는 '신용생명보험'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신용생명보험은 미성년 상속인이 빚을 떠안는 문제를 줄일 수 있는 금융 안전망이지만 각종 규제가 시장 성장의 발목을 40년째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생명보험사, 경남·경북·광주·전남·제주·충북 등 6개 지자체와 함께 무료 신용생명보험을 출시했습니다. 이 상품은 가입자 사망과 함께 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 등 질병 시에도 보험금을 통해 대출을 최대 1000만원 상환해 줍니다.
신용생명보험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미상환액을 보상하는 보험'입니다.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유가족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또 이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안전망 역할을 맡습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채무불이행 위험이 감소합니다.
신용생명보험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으로는 최근 고금리 상황과 가계부채 증가가 꼽힙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7, 8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각각 0.25%p 인상했습니다. 한은은 금리가 0.25%p 오를 경우 가계대출은 3조3000억원, 기업대출은 3조7000억원 정도 이자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25조9000억원 불어났습니다. 이 중 가계대출 잔액은 1891조3000억원, 판매신용 잔액은 128조5000억원입니다. 모두 이 기간 24조9000억원, 9000억원씩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신용생명보험 시장은 지난 1980년대 최초 출시 이후 약 40년간 양적 성장이 정체돼 있습니다. 금융감독원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내 신용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2018년 6억5000만원에서 2020년 3억900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2022년에도 4억7000만원에 그쳤습니다. 2023년 이후 공식 통계는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시장 자체가 작다 보니 생보협회에서도 별도의 관련 통계를 공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품을 주로 다루는 회사도 BNP파리바카디프생명 1개사뿐인데요. 타 금융회사는 단체계약 등 무료 부가서비스 형태로 제공 중입니다.
신용생명보험 시장 확대 부진에는 구속성 계약 규제와 판매 창구 분리 규제 등 규제적 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대출성 상품 계약을 체결하고 대출계약 이행 전·후 1개월 이내에 특정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 신용생명보험 판매가 불가합니다. 이른바 '꺾기' 규제 대상인데요. 이 조건은 주로 계약자가 취약 차주인 경우입니다.
구체적으로 △계약자가 중소기업 및 그 기업의 대표자 △개인신용평점 하위 10%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인 경우입니다. 신용생명보험 혜택을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대출 고객과 직접적인 접점을 보유한 은행에서 오히려 상품 판매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또 보험업법 100조 '금융기관보험대리점 등의 금지행위'에서는 '보험을 모집하는 장소와 대출 등을 취급하는 장소를 보험계약을 청약하는 자가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분리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고객이 대출 창구에서 상담, 가입한 경우 해당 창구에서는 신용생명보험을 권유하거나 판매할 수 없습니다. 고객은 보험 창구로 이동해 상품을 안내받아야 하는 불편함도 존재합니다. 특히 고객이 명시적으로 안내를 요구하지 않을 경우 '비조치의견서 사례집'에 따라 대출 담당 직원이 선제적으로 상담하거나 권유할 수도 없습니다.
이령화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꾸준히 늘며 부채 관리 이슈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신용생명보험을 확대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판단된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금융회사는 규제 여건 변화를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대출 심사부터 보험설계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한 시중은행 상담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장선영 기자 line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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