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국내외 방위산업 관계자들이 모인 드론 기술 시연회에서 국내 주요 업체들의 첨단 드론이 잇따라 추락했습니다. 이미 지난달 해군의 자폭무인기를 날리는 전투실험에서 무인기가 몇 초 만에 추락한 데 이어 또다시 시연에 실패한 것입니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연이어 해외 수주에 성공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드론 등 미래 전쟁에 대비한 기술력은 아직 경쟁국들에 미치지 못해 기술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단거리 이착륙무인기 ‘모하비 STOL’.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방부는 국내에서 개발된 드론 관련 첨단 기술을 한자리에서 선보이기 위해 전날(16일)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2026 국방 드론기술전’을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민·관 전문가들과 군 관계자,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등 해외 관계자까지 총 15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첫 순서였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무인기 ‘모하비 STOL’을 선보여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통상 무인기가 1km 활주로를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200m 미만의 짧은 거리에서 이륙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 착륙거리는 100m에 그쳐 좁은 활주로에서도 이착륙하고 감시정찰·물자수송·통신중계 등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문제는 이후 시연부터 발생했습니다. KAI가 공개한 무인기는 사출기에서 이륙한 지 몇 초 지나지 않아 추력을 상실해 떨어졌습니다. 이후로도 중소업체들의 드론 상당수가 시연에 실패했습니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행사에 참가한 드론 12종류 중 민간 드론 5개가 시연을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군과 업계를 종합하면 이번 실패는 시연회에 인파가 밀집하면서 주파수 간섭 문제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행사 전날 예행연습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데 이날 시연에서 이상이 생긴 것으로 안다”며 “정확한 원인은 주최 측이 확인해야 하지만 보통 이럴 경우 주파수에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군의 공개 행사에서 드론 시연이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달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남해상의 대형수송함에서 중형 자폭무인기를 날리는 전투실험에서도 두 차례 날린 자폭무인기 2대가 모두 수 초 만에 바다로 추락한 바 있습니다.
지난 16일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6 국방 드론 기술전’에서 UAM테크가 공중요격드론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식 무대에서의 실패가 이어지면서 경쟁국 대비 기술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경쟁국들은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입니다. 드론 및 무인기 기술에서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중동 전쟁에서 실전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중국은 세계 드론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드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대량생산과 기술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특별경쟁연구프로젝트(SCSP)에 따르면 중국 제조사 DJI의 세계 소비자용 드론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했습니다.
현장 데이터와 시장 규모에서 차이가 벌어지면서 기술 경쟁력까지 차이가 발생한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 겸 한국방위산업연구소장은 “드론이나 무인기 관련 기술은 선진국과 비교하기에 기술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게 중론”이라고 했습니다. 또 “드론은 이제 하이테크도 아니고 로우테크인데 격차가 벌어졌다”고 했습니다.
드론 기술력과 시장 공략 전략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국방 전략이 분명한지,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 재점검해야 현재 단점들이 명확하게 보일 것”이라며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핵심부품 육성 사업과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정부가 시장 수요를 확대해 주는 방식으로 연동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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