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시행까지 석 달여 남은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정부가 27년 만에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현장에서는 제도 적응을 위한 시간이 촉박하고, 보상 체계에도 사각지대가 적지 않아 사업 투자가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의 골자는 위탁기관이 검사료를 일괄 청구한 뒤 수탁기관과 상호 정산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오면서 검사료 할인 경쟁, 검사질 저하, 환자 안전 문제 등이 반복되면서 개편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이번 개편 골자는 △위탁 검사 관리료 폐지 △위·수탁기관별 수가 신설 △분리 청구·분리 지급 전환 △검사료 내 위·수탁기관 간 배분 비율 설정 등입니다. 복지부는 상대가치 상시 조정으로 검체검사의 원가 대비 보상 수준을 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올해 하반기 150%를 시작으로, 오는 2028년 110%까지 조정될 예정입니다.
관심은 고정 배분 비율 45%와는 별개로 이뤄지는 20%의 조건부 보상에 쏠려 있습니다. 보상은 △고난도·저빈도 검사 수행 △취약지 검사 수행 △수탁 프로세스 개선 등이 기준 항목입니다. 시행까지 석 달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재원 배분 비율·이행 조건·검증 방식 등의 세부 기준은 확정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검체 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정부가 27년 만에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현장에서는 제도 적응을 위한 시간이 촉박하고, 보상 체계에도 사각지대가 적지 않아 사업 투자가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김양균 기자)
당장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조건부 보상이 이행 조건 충족 여부를 확인한 후 지급된다는 점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조건·검증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각 기관이 사전에 대응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라며 “시행 초기 검사 공급 주체의 설비·인력 투자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어렵지만 빈도 낮은 검체 검사 유지 우려”
난도가 높지만, 검사 빈도는 낮은 검사는 장비와 검사 시약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들고, 정도 관리 비용과 전담 인력 유지비도 계속 투입돼야 합니다. 이 때문에 보상 수준이 실제 투입 원가에 미치지 못하면 검사기관이 관련 검사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지게 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수 상급 기관에 검사가 집중되거나 해외 기관으로 검체검사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해외 검체 수탁기관의 경우, 요양급여 적용을 받지 않아 환자 부담은 커지게 됩니다. 특히 희귀·중증질환자는 높은 검사 비용에도 검사 결과 수령이 지연돼 제때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건부 보상 기준 중 고난도 및 취약지 검사 항목의 충돌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복지부는 취약지 가산을 통해 검체 수거·운송 등 물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가를 보전해 주고, 고난도 가산은 고가 장비·시약, 전문 인력, 정도 관리 등 검사 수행 과정의 원가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개편을 설계했습니다. 하지만 조건부 보상은 고정 재원에서 쪼개 배분되는 방식입니다. 고난도 및 취약지 검사 기준에 따른 보전 비율에 따라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 항목의 가산율이 높아지면 다른 항목의 재원은 그만큼 축소된다”며 “취약지 가산율이 고난도 가산율보다 높게 설정되면 이행 부담이 낮은 물류 영역에 자원이 집중되고, 진입장벽이 높은 고난도 검사 역량의 확충·유지 유인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취약지 검사에 조건부 보상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역 환자가 검사를 제때 받게 하자는 취지인데,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조건부 보상 기준 중 프로세스 개선은 검사 전·후 단계의 품질·안전 영역에 해당합니다. 이때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이미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운영하는 검사기관과 이번에 새로 인프라를 설치한 곳 사이에서 누가 보상 대상인가를 두고 갈등의 여지가 있습니다. 선제적으로 투자한 기관이 신규 투자 계획이 없기 때문에 보상 대상에서 배제되면 기관 스스로 품질 투자 유인이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바뀐 제도에 적응할 시간이 없다고도 입을 모읍니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전환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하면 일정이 촉박하다”며 “저빈도·고난도 검사기관의 영업 활동이 위축되면 환자의 검사 접근권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사 품질과 환자 안전에 대한 투자 보상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투자 자체를 꺼리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결국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