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에서 바라본 대구 도심 아파트.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선영·이수정 기자] 서울 집값이 83주 연속 오르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사이, 지방 주택시장은 분양·입주·매매가 모두 얼어붙었습니다. 인구 유출로 주택 수요가 약해진 가운데 분양가 상승과 미분양 누적까지 겹치면서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어섭니다.
15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9월 비수도권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86.8로 전달(94.2)보다 7.4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기준선인 100을 밑돌며 지방 분양시장에 대한 사업자들의 전망이 한 달 새 더 악화한 결과인데요. 역대 최장 상승 기록(85주) 갱신을 눈앞에 둔 서울 주택시장과 정반대 모습입니다.
지방 분양가 급등에 인구 유출…구조적 '침체'
지방 실수요자의 구매력이 떨어진 대목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황관석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집값보다 신축 분양가격이 훨씬 빠르게 오르면서 지방 실수요자의 구매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지방광역시 내 3.3㎡당 아파트 평균가격은 2015년 10월 924만원에서, 올해 6월 1309만원으로 1.4배 올랐습니다. 반면 분양가격은 899만원에서 2100만원으로 2.3배 뛰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방 입주 시장도 부진합니다. 주산연에 따르면 8월 비수도권 4대 광역시와 광주·세종의 아파트 입주율은 55.5%, 기타 지역은 51.6%에 그쳤습니다. 미입주 사유로는 잔금대출 미확보가 37.2%로 가장 많았고 기존 주택 매각 지연이 31.4%로 뒤를 이었습니다.
거래도 줄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7월 주택통계를 보면 비수도권 주택 매매거래는 2만8436건으로 전달보다 4.4%, 전년 동월보다 3.7% 감소했습니다.
다 짓고도 팔리지 않은 이른바 '악성 미분양'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국토부 '7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준공 후 미분양(2만9152가구) 가운데 비수도권 물량(2만4708가구)이 84.8%로 나타났습니다. 지방 전체 미분양 가운데서도 50.7%가 준공 후 미분양으로, 지방에서 팔리지 않은 집 두 채 중 한 채는 이미 공사를 끝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방 전체 아닌 '핀셋' 지원 필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과 수도권 부동산 정책을 다르게 처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미분양 늪에 빠진 지방 부동산,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강정규 동아대학교 부동산대학원장은 수도권 가격 상승과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지방 주택 수요와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수도권에는 시장 안정이 필요하지만 지방에는 수요 회복과 미분양 해소를 위한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국토부도 현재 지방 미분양 상황을 과거와는 다른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2009년까지만 해도 주택 수요가 존재했지만 가격 하락 우려로 구매를 미루는 성격이 강했다면, 현재는 인구 감소 등으로 실질 수요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과거 공급된 물량이 시차를 두고 시장에 나오면서, 미분양이 준공 후 미분양으로 넘어가는 악순환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 할인분양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수도권 주택 부족과 지방의 미분양 적체가 수도권에 편중된 주거 수요와 연결돼 있다고 보고 수도권 공급 확대와 지방 수요 보완을 병행할 방침입니다. 특히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CR리츠와 LH 직접 매입 추진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지원이 실제 적체 지역을 얼마나 정확히 겨냥하느냐입니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방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지역경제와 건설업 전반으로 부담이 확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주산연에 따르면 지방 미분양의 77.4%가 13개 지역에 집중돼 있고, 2000가구 이상 쌓인 6개 도시가 지방 미분양의 49.7%를 차지합니다. 지역별 편차가 큰 만큼 지방 전체에 일률적인 혜택을 제공하기보다, 정책 온도 조절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지방 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고 정책은 서울 집값 문제에 집중돼 있다"며 "지방 주택시장은 수도권과 다른 트랙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미분양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곳에 중앙정부가 지원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지역에서 필요한 지원을 직접 제안하면 정부가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