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PC삼립, 노동자 '과로 산재' 핵심자료 미제출…결국 '산재 불승인'
50대 노동자 출근 중 쓰러져 뇌경색 진단
사측, 과로 근거 자료 미제출…산재 불승인
2026-09-10 16:35:47 2026-09-10 16:48:21
[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SPC삼립에서 일하던 50대 노동자가 출근길에 쓰러져 과로가 원인으로 의심되는 심뇌혈관계 질환 진단을 받았으나, 사 측의 부실한 대응으로 결국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SPC 삼립 시화공장 모습. (사진=뉴시스)
 
10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SPC삼립 지회 등에 따르면, 경기도에 위치한 SPC삼립 시화공장 내 떡 제조공정에서 원재료를 운반·분쇄하는 일을 하던 50대 정모씨는 지난 2025년 8월 출근길에 쓰러졌습니다. 당시 안면마비 증세를 보이던 정씨는 응급실로 이송돼 뇌경색 진단을 받았습니다. 뇌경색, 뇌출혈, 심근경색 등 뇌심혈관계 질환은 대표적인 과로 산재 질병으로 꼽힙니다.
 
정씨 측은 뇌경색 진단 직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에 따른 요양급여 지급을 신청했습니다. 정씨 측에 따르면 산재 신청 당시 SPC삼립 측은 정씨 측에 "다 통과될 테니 (급여 지급) 신청만 하라"고 안심시키면서 협조해 줄 것 같은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공단은 정씨의 뇌경색 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요양급여 신청에 대해 불승인 판정을 내렸습니다. 정씨의 근무시간이 과로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고용노동부가 고시로 정한 뇌혈관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을 보면, 단기 과로는 발병 전 1주일의 '업무량 및 근무시간'이 그 이전 12주간(2주~12주)의 1주일 평균보다 30% 이상 증가할 경우 해당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합니다.
 
정씨의 경우, 공단이 인정한 발병 전 1주일 근무시간은 52시간24분,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근무시간은 46시간36분으로, 과로 기준인 30% 증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다만 또 다른 기준인 업무량은 30% 이상 늘어났습니다. 정씨 측이 불승인 판정 이후 사 측으로부터 받은 취급 중량물 자료에 따르면, 정씨가 취급한 중량물 무게는 발병 전 1주일에는 3000㎏으로, 발병 전 12주간 평균 1182.73㎏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소 원재료가 담긴 무거운 포대를 취급하는 정씨의 업무를 고려하면, 그가 취급한 중량물의 무게만큼 업무량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씨의 노동시간이 과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씨의 업무량 증가를 나타내는 취급 중량물 자료는 그의 업무상 질병을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그러나 사 측은 정씨 가족을 안심시켰던 태도와 달리 이 같은 중요 자료를 공단에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공단에 "지속적으로 라인 생산량이 감소했다"면서 "사업장에서는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부정적인 주장을 전달했습니다.
 
이후 정씨 측은 재심 절차인 산재 심사를 청구했습니다. 산재 심사 과정에서 사 측은 정씨 측의 항의와 요구로 취급 중량물 기록을 추가로 제출하고 "정씨가 진행하는 작업은 중량물 취급 작업으로, 2인 1조 작업 진행이 필수적임에도 정씨 홀로 1인 작업을 진행했다"는 의견서를 냈습니다. 
 
사 측이 뒤늦게 사실 관계를 바로잡은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이미 늦은 조치였습니다. 산재 심사는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산재 심사에서 공단에서 내린 최초 판정이 뒤집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지난 2024년 기준 산재 심사 결정 총1만2017건 중 초심 판정이 취소된 경우는 1577건으로, 구제율은 13.12%에 불과합니다. 산재 심사 구제율은 2023년 14.27%, 2022년 14.91%, 2021년 14.29%로 뚜렷한 개선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반면 산재 불승인 등 취소 행정소송에 대한 공단의 패소율은 지난해 기준 23% 수준입니다. 지난 2024년 18.7%에 비해 5.1%포인트 크게 올랐습니다. 정리하면, 법원에서 산재로 인정할 수 있는 사안도 산재 심사 등 과정에서는 불승인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결국 정씨도 산재 심사에서 기각 결정을 받아 산재 불승인이 유지됐습니다. 이에 정씨 측은 산재 불승인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노동법률 전문가들은 정씨의 취급 중량물 자료를 처음부터 제출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꼭 근무시간만 봐야 될 게 아니라 업무량의 급속한 변화도 단기간 과로의 요인으로 봐야 한다"며 "그런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의료계도 사 측이 최초에 중량물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직업환경의학과 의사)는 "일부 의사들은 그 부분에 대한 자료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판단을 달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SPC삼립 측은 "중량물 작업 관련 자료는 요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후 정씨 측의 요청에 따라 추가로 제공됐다"며 "질병과 업무 간 인과관계에 대해 부인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 관계를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정씨 측은 사 측이 자신들을 안심시킨 뒤 중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산재 불승인을 받게 해놓고, 결과가 잘 뒤집어지지 않는 산재 심사에서 형식상 협조한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정씨의 부인인 유모씨는 "처음에 회사에서는 뇌심(뇌혈관질환, 심장질환)은 100% (승인)된다고 장담을 하더니 막상 불승인돼서 따졌다"면서 "한 사람과 가족의 인생이 달렸는데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하게 말할 수 있는지 화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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