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SPC그룹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피해 노동자와 유가족뿐만 아니라 직접 책임이 없는 단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까지 피해를 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 원인과 연관해 허술한 생산 인력 채용 과정을 통해 미숙련 노동자가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이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2016~2026년 SPC 공장별 산업재해 인정 건수 (인포그래픽= 뉴스토마토)
국내 대형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SPC 계열 주요 제조 공장의 상시 채용 공고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채용대행업체를 통한 구인 정보에는 ‘삼립 본사 직채용’이나 ‘세전 월 약 400만원’, ‘정규직 복리후생’ 등의 문구가 선명합니다. 온라인 지원은 △생년월일 △성별 △거주지역 △보건증 유무 △지원 분야 △전화번호 △이름 등 7개의 문항을 작성하기만 하면 끝납니다. 지원 부서는 총 4개로 △생산 1개월 단기계약직(주야 2교대, 주말 포함 주 5일 근무) △물류 단기 계약직 △생산 호빵 시즌 단기 계약직 △생산 정규직 3교대 등으로 분류돼 있었습니다.
지난달 11일 기자는 1개월 단기 계약직에 지원했습니다. 온라인 지원서 작성한 지 3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모르는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이 왔습니다. ‘박 과장’이라고 밝힌 남자는 지원자의 정보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시화 삼립 공장에 올 수 있겠느냐. 오전 5시 반에 버스는 출발하는 데 차라리 성남 샤니 공장이 낫지 않느냐. 새벽에 버스를 타러 차를 몰고 왔다가 딱지라도 끊으면 어쩌려고 그러느냐는 등 퍽 살가운 말투였습니다. 한두 번 사람을 대해본 솜씨가 아니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경기 성남에 있는 샤니 공장은 기숙사가 있고, 시화 삼립 공장은 기숙사 건물을 없앴다고 했습니다. 샤니 공장의 근로 시간은 주 6일 하루 8시간, 시화 삼립은 주 4일 주간 11시간, 야간 8시간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9월부터는 이른바 ‘호빵 시즌’이 열린다고도 했습니다. “한 달에 400만원. 몇 달 일하면서 큰돈 만지려면 호빵 생산 일을 하고 계약이 끝나면 정규직 전환은 없어요. 정규직으로 계속하려면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선택하면 되죠.”
이어 목과 허리의 디스크가 있는지, 오래 서서 일을 해봤는지, 생산직 근무 여부도 물었습니다. 나이 제한은 없었습니다. “마흔 중반은 나이가 많은 게 아녜요. 환갑도 수두룩하거든.” SPC 본사 직원이 여름휴가를 갔기 때문에 대면 면접은 이달 초에 진행된다고 했습니다. 면접에는 보건증과 이력서만 있으면 됐습니다. 이력서는 현장에서 수기로 작성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한 달이 지난 7일 박 과장은 면접 일정을 알려왔습니다. 면접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약식으로 이뤄지는 형식적인 면접만 거치면 SPC 공장에 취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박 과장이 몸담은 채용대행업체를 통해 SPC 채용 건수만 2000건 이상. 타 사이트와 대행업체를 통해 공장에 수급되는 인력 수 규모는 추정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누구나 쉽게 입사와 퇴사할 수 있는 환경에서 단기 미숙련 생산 인력은 산업재해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됩니다.
실제 빵 생산 공정은 반죽기·배합기·냉각 컨베이어 등 대형 기계 설비가 많아 끼임 사고가 대표적 위험 유형입니다. 제조업 전반에서도 끼임·맞음 사고는 2024년 상반기 기준 제조업 사망 사고 원인의 약 23%를 차지할 정도로 빈번합니다. <뉴스토마토>가 강준현 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2016~2026년(6월) 기간 동안 SPC그룹 계열사 전 공장별로 발생한 산업재해 신청 승인 현황을 보면 △SPL 80건 △샤니 69건 △파리크라상 9건 △비알코리아 77건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8년간 SPC 그룹을 둘러싼 산재 등 이슈와 불매 운동 사례 (인포그래픽= 뉴스토마토)
본사 이슈 불매 운동, 점주에 부메랑으로
취재 결과 SPC그룹 공장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 등의 이슈는 피해를 당한 노동자와 유가족을 포함해 직접 책임이 없는 애먼 가맹점주에까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최근 5년여간 SPC 프랜차이즈에 대한 불매 운동은 여러 번 진행됐습니다.
대표적인 불매 사례는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해 10월 15일 평택 SPL 공장에서 발생한 여성 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 장례식장에 상조 지원품으로 빵을 보낸 점까지 알려지며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사고 8일 뒤 또 다른 계열사에서 끼임 사고로 노동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SPC 상품 불매 운동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2023년 8월 경기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에 이어 10개월 만에 같은 유형의 사고로 50대가 숨지자, 이번에도 SPC 불매 운동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작년 5월 19일 경기 시흥 SPC삼립 시화 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이는 사고로 숨졌고, 올해 4월에도 시화 삼립공장에서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최근의 불매 운동은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급격히 확산하기 때문에 점주들의 피해는 더 광범위해지고 있습니다. 불매 운동의 피해가 본사가 아닌 점주에게 돌아가자. 직영점만 불매하자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점주들은 여전히 본사에서 이슈가 발생할까 전전긍긍하고 있었습니다. 한 SPC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작년 SPC 공장에서의 사망 사고가 발생 이후 매장 매출이 절반으로 급감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간 본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사건 때문에 매출이 줄어드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SPC 측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가맹점주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기존 제도도 보완해 나가고 있다”며 “점포 운영 부담을 낮추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상생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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