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토마토 하주화 기자] 김상욱 울산시장이 지역의 민간보조사업 전반에 대한 대대적 손질을 예고했습니다. 시민 체감도가 낮은 축제와 행사 등에 관해선 예산 타당성을 원점에서부터 재검증하라는 겁니다. 특히 언론사나 대행업체를 거치면서 인건비를 부풀리거나 하도급으로 수익을 챙겨온 관행적 보조금을 정조준했습니다.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선출직 시장이 기득권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보조금에 칼을 대는 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한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됩니다.
김 시장은 지난 29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문화체육 관련 현안 점검회의에서 "'2026 울산 세계명문대학 조정 페스티벌'은 시민들이 조정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매년 15억원을 들여 국제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며 "선수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을 호소하는데 예산은 화려한 K-팝 공연에 투입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다리는 얇은데 머리만 큰 기형적인 가분수 (예산) 구조"라면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경제적 효과와 스포츠 저변 확대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돈을 쏟는 목적과 본질에서 벗어난 행사 위주의 예산 편성 구조를 정조준한 겁니다.
신민식 경제부시장도 "축제와 문화 행사는 성과평가를 통해 존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체육 행사 역시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 정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특정 사업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시민 체감도와 정책 효과를 기준으로 사업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아울러 김 시장은 일부 행사가 언론사 등에 위탁되는 운영 방식을 언급하면서 민간보조금 사업 전반의 집행 구조를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보조 사업은 수익사업이 아닌데, 서로 하려고 달려든다"며 "대행업체를 통한 하도급이나 인건비 부풀리기 등으로 수익을 남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2025년 10월 열린 울산공업축제 모습. (사진=뉴시스)
울산의 민간 사업보조금 규모는 상당합니다. <뉴스토마토>가 울산시의 '2024회계연도 지방보조사업 운용평가 결과서'를 분석한 결과, 울산시 전체 민간보조금 사업 규모는 연간 2213억원(총 1178건)에 달했습니다.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은 기관은 울산광역시체육회로, 전문 체육 육성과 각종 대회 개최 등 28개 사업에서 198억여원을 받았습니다. △전문 체육 육성 106억원 △체육회 운영비 54억원 △전국생활체육대축전 경기 운영 지원 12억원 등입니다.
특정 민간업체와 단체들이 여러개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수행하며 수십억 원의 보조금을 받아 간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A사는 10개 사업에서 31억여원을, B사는 9개 사업에서 21억여원을 지원받았습니다. C사는 6개 사업을 벌여 19억여원, D사는 13개 사업을 진행하면서 17억여원을 각각 보조받았습니다.
문제는 관리 체계입니다. 민간보조금 사업은 행정기관이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공공서비스를 민간 전문기관과 단체가 맡아 추진할 경우 지원금을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성과 평가와 회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예산 낭비와 관리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른바 눈먼 돈이 발생하는 겁니다.
실제로 울산시는 언론사나 대행업체를 거치는 재위탁·하도급 사업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사업을 직접 수행했는지, 대행업체에 재위탁했는지, 보조금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돌아갔는지 한눈에 파악할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겁니다. 사실상 보조금 집행 경로가 '깜깜이'로 방치됐다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김 시장이 민간보조금 사업 전반의 집행 구조를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그는 시청 간부들에게 사업별 직접 수행 여부와 대행업체, 계약금액, 재위탁 구조를 전수 조사하라고도 했습니다.
김 시장은 "보조금이 시장 혼자 이름을 빛내기 위한 전시행정에 쓰여서는 안 된다"며 "내년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있는 만큼 다음달 말까지 보조 사업의 성과와 재위탁 구조 등 전반적인 현황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말했습니다.
울산=하주화 기자 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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