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SPC그룹 자회사인 SPL의 노조 지회장이 사내 노조 탄압을 언론에 알렸다가 보복성 인사 조치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언론 취재와 보도 이후 회사로부터 본래 맡던 업무에서 이동해 아닌 단순 잡무에 투입됐다는 겁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노조 파괴 혐의로 2년 넘게 100회에 달하는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현장에선 여전히 회사의 노조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9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SPL지회장인 A씨는 지난 23일~24일 회사 관리자로부터 "인력이 부족한 다른 라인으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조치는 본지가 지난 21일 SPL의 노조 탄압 실태를 보도한 지 이틀 만입니다.
2022년 10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SPL지회 등이 SPL 평택공장 앞에서 20대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원인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구체적 사유도 없이 업무 배제…명백한 보복 조치"
A씨에 따르면, 그는 <뉴스토마토> 보도가 나간 이후 SPL 노동조합 관리 부서로부터 호출을 받았고 기사가 나가게 된 계기와 취재에 응한 사유 등에 관해 추궁을 당했습니다. 인사는 그 직후 단행됐다고 합니다. 17년 차 직원인 A씨는 그간 빵의 모양 잡는 정형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배치된 곳은 단순 물건 적재 등 잡무였다는 겁니다.
A씨는 즉각 회사에서 항의했고 다른 라인으로 배정된 경위를 따졌다고 합니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24일 노조 관리 부서의 직원을 찾아가 기존 업무에서 배제된 이유를 물었으나 '확인해 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 사유를 말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물건 적재 라인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도 아니었다. <뉴스토마토>에서 SPL의 노조 탄압 기사가 보도된 직후 과거에 벌어진 노조원 괴롭힘이 다시 자행된 것이다. 이는 보복성 조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SPL 노조는 지난 2020년 11월 설립됐습니다. 설립 당시엔 직원 228명이 가입했으나, 회사의 집요한 압박과 업무 배제, 승진 불이익 등을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탈퇴했습니다. 결국 SPL 노조원은 현재 5명만 남은 상황입니다. 지난해 초 노조 지회장에 당선된 A씨가 회사를 찾아가 '앞으로 아무런 노조 활동도 하지 않을 테니, 제발 남은 조합원들만이라도 그만 괴롭혀 달라'고 호소한 뒤에야 노조 탄압은 겨우 멈췄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2022년 2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부로 문제 알린 노조원 '괴롭힘'은 한두 번 아냐"
SPL의 내부 문제를 외부에 알린 조합원이 회사로부터 보복성 조치를 당한 사례는 A씨의 이번 사례가 처음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현재는 퇴사한 전 조합원 B씨는 SPL 지회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개설한 후 비조합원 직원들, 특히 관리자급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았다"면서 "특히 어떤 관리자는 B씨에게 강제로 손소독제를 먹이려고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언론에서 취재와 보도가 이뤄질 때마다 출처를 추궁하는 일도 일상적이었습니다. A씨는 "2022년 10월 SPL에서 발생한 20대 노동자 사망사고 직후 여러 언론사에서 SPL의 근무 실태에 대해 취재를 했다"며 "내용이 보도될 때마다 회사는 취재 경위를 추궁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한 방송사에선 다른 조합원의 목소리가 음성 변조돼 보도된 적이 있었는데, 회사는 끝까지 그게 저라고 의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신하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는 "근로환경 개선 등을 위해 언론에 문제점들을 알리는 건 노조의 정당한 역할 중 하나"라며 "이를 문제 삼아 회사가 괴롭힘을 자행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며, 근절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조치가 계속될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엄중히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도 회사의 보복성 조치 등 괴롭힘이 계속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입니다. 그는 "허영인 회장이 노조 탄압 혐의로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SPL에선 암묵적으로 조합원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저는 단순 직원이 아닌 SPL지회장이다. 조합원을 포함한 직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일하고 있다. 앞으로도 노조 활동에 대한 괴롭힘이 있을 경우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허 회장은 2021년 2월부터 약 1년6개월간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는 2024년 4월 기소됐으며, 재판은 2년이 넘도록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SPC그룹에 언론 보도 이후 A씨가 보복성 인사 조치를 당했다는 주장에 관한 입장과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A씨에 대한 인사가 보복성 조치라는 건 단순히 그의 주장"이라며 "자세한 사안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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