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베트남전 학살' 진상규명 청원, 387일 만에 청와대서 국방부로
청원엔 시민 1만541명 '서명'…지난해 6월23일 청와대에 제출
국방부, 8월4일까지 '답변 예정'…시민단체, 안규백 면담 요청
2026-07-27 10:48:57 2026-07-27 16:43:17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등 인권침해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한 시민 1만여명의 청원이 청와대에서 국방부로 이송됐습니다. 청원이 제출된 지 1년여 만입니다. 
 
지난달 2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등 인권침해 진실규명 촉구 시민 1만명 청원 제출 1주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시민사회 공동성명서와 생존자 응우옌티탄씨의 메시지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2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청와대는 지난 15일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등 인권침해 진실규명 촉구 청원'을 국방부로 넘겼습니다. 지난해 6월23일 시민사회가 청와대에 청원서를 낸 지 387일 만입니다.
 
앞서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시민 1만541명의 서명을 모아 청와대로 청원서를 전달했습니다. 청원엔 △한국 정부의 국가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 수용 △전쟁범죄 은폐에 대한 인정과 사과 △민간인 학살 등 인권침해에 대한 진상조사와 공식 사과 △국가 차원의 기억 사업 추진 등의 요구가 담겼습니다.

387일 방치된 청원…'촉구' 기자회견 뒤에야 '이송'
 
그러나 청원이 접수된 후 1년이 지나도록 정부의 공식 답변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네트워크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1만 시민이 제출한 베트남전 진실규명 청원에 공식적으로 응답하라"며 답변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원을 국방부로 넘긴 후 "접수되는 민원과 의견은 통상 자체 검토·분석을 거쳐 관계 부처로 보낸다"고 했습니다. 다만 왜 1년이 지난 시점에 국방부로 이송했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습니다. 절차상의 통상적인 민원 처리라는 입장이지만, 지난달 기자회견을 의식한 측면도 있는 걸로 보입니다.
 
청원을 넘겨받은 국방부도 담당 부서(국방정책실 국방전략과)를 지정하고 답변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당 청원은 지난 15일 국방부에 최초 접수됐다"며 "관련 부처 협조를 거쳐 민원 처리 기한인 오는 8월4일까지 답변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시민사회 "청와대가 직접 해결 의지 밝혀야 한다" 
 
시민사회도 정부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권현우 한베평화재단 사무총장은 "청원이 제출된 뒤 1년 동안 대통령과 청와대의 베트남전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다"며 "청와대는 이 문제에 관해 어느 정도의 해결 의지를 갖고 있는지 직접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019년 문재인정부도 국방부의 청원 거부 입장 뒤에 숨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에도 국방부로 이송하는 것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볼 것이 아니라, 국방부의 답변과 결정에 대해 대통령실도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문재인정부 당시에도 유사한 청원이 제기됐지만, 국방부는 사실상 학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019년 9월 국방부는 "보유하고 있는 한국군 전투 사료 등에서는 주월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관련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답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에 네트워크는 지난 22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까지 보냈습니다. 청원의 취지와 주요 요구 사항을 직접 설명하고, 국방부의 검토 현황과 향후 대응 방향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한편, 법원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퐁니·퐁넛 마을 학살 생존자인 응우옌티탄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에서 1·2심 법원은 모두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정부가 상고하면서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입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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