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노조탄압 공판 100회)②(단독)SPC삼립 사망사고 430일째…김범수 대표 '중처법 수사' 제자리
사망사고 1년 넘어…김범수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지연
더딘 수사로 책임 묻지 못해…SPC 삼립에선 사고 지속
2026-07-22 17:06:02 2026-07-22 17:15:16
[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지 430일째지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에 대한 수사는 제자리걸음인 걸로 확인됐습니다. 노동당국의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해당 공장에선 손가락 절단과 대형 화재 등 산재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19일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는 22일자로 430일째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대표이사를 입건만 한 채 아직도 수사 중입니다. 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할지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한 겁니다. 
 
SPL은 4개월 만에 송치…SPC삼립 수사는 14개월째
 
앞서 2022년 10월 SPL 평택공장에선 20대 직원이 소스 혼합기에 몸이 끼여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노동당국은 강동석 전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고, 4개월 만인 2023년 2월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검찰도 그해 8월 강 전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2023년 8월엔 SPC 샤니 성남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습니다. 노동당국은 이강섭 당시 샤니 대표이사를 입건해 2025년 8월 검찰로 송치했으며, 검찰은 12월 그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2025년 5월21일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가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시화생산센터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의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과 관리 체계 구축 의무룰 부과하고,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게 목적입니다. SPC삼립 시화공장 사고는 기계로 노동자가 들어가 작업하도록 발생했기 때문에 반드시 김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손익찬 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당국은 2024년 6월 아리셀 참사처럼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은 전담팀을 꾸려 신속히 수사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사건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건 역시 피해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수사가 지연되는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성남지청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수사는 노동부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다. 검찰의 지휘를 받아서 진행된다. 여러 차례에 걸쳐 검찰로부터 검토를 받다 보니 사건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며 "현재 SPC삼립 시화공장에 관해 수사한 결과물들을 검찰이 확인 중이다. 송치를 해도 된다는 결정이 나오면 검찰에 사건을 넘길 방침"이라고 했습니다.
 
윤활유 살포 장치 '고장' 방치…'2인 1조' 원칙도 무시
 
김 대표는 시화공장 사망사고와 관련해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습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벨트' 기계는 윤활유 자동 살포 장치가 고장 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방치했다는 겁니다.
 
이 사건 사망자인 50대 노동자도 기계 내부로 들어가 직접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해당 장비는 빵을 컨베이어벨트로 실어 나르며 식히는 높이 3.5m 규모의 기계입니다.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동안 신체나 옷이 끼일 수 있어 작동 중 내부에 사람이 들어가선 안 됩니다. 특히 안전을 위해 준수해야 할 2인 1조 작업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SPC삼립 시화공장에선 고인 외에도 여러 노동자가 돌아가며 위험천만한 작업을 해온 걸로 파악됐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시화공장 노동자는 <뉴스토마토>에 "일주일에 한두 번씩 노동자들이 돌아가며 기계 내부로 들어가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이어갔고 회사의 어느 누구도 안전에 대해 의식하지 않은 채 작업을 방치했다"며 "오랜 기간 이와 같은 작업이 진행됐음에도 관리자들은 작업 결과물만 집중할 뿐 안전에 대해 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월3일 경기도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들이 대피했다. (사진=뉴시스)
 
처벌 지연이 부른 안전불감증…'화재·절단' 사고 속출
 
문제는 수사 지연으로 경영책임자에 대한 책임 규명이 미뤄지면서, SPC그룹 내 안전불감증과 산업재해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 SPC삼립 시화공장에선 50대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에도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올해 2월3일 공장 생산동 3층에선 대형 화재가 발생, 노동자 3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부상을 입었습니다. 공장에 있던 직원 500여명도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이어 4월10일엔 햄버거 생산라인 유지보수 작업 중 20대 노동자 2명의 손가락 일부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025년 7월25일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고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사고 경위 등을 질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7월25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기업 방문으로 SPC삼립 시화공장을 찾아 현장 간담회를 진행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건 문제가 있다"며 "돈과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것이라면 그건 정말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간담회엔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김범수 대표도 참석했습니다.
 
조영관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수사 지연으로 경영책임자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되면 업장 내 안전에 대한 예산 투입이나 관리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며 "SPC그룹에서 산재가 반복되는 것은 명확한 책임 규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수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김범수 대표 수사가 지연되는 것에 관한 입장을 확인하고자 SPC그룹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회사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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