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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우울증 환자 실손보험 가입 거부는 차별”
보험인수기준 보완·진정인 재심사 권고
2022-08-10 15:47:18 2022-08-10 15:47:18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보험사가 질환의 경중이나 건강 상태에 대한 구체적 고려 없이 정신과 약물을 복용한다는 이유로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것이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같은 이유로 보험인수를 거절한 A와 B보험사에 대해 보험인수기준을 보완하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출한 소비자에 대해 보험인수 여부를 재심사하라고 권고했다.
 
이 사건의 진정인 C씨는 실손보험 등의 가입을 위한 상담 과정에서 몇 달 전부터 가벼운 우울감으로 정신과 약물을 복용 중임을 알렸고, 보험 가입을 거부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 B 보험사는 가입 희망자가 우울증이 있는 경우 연령, 재발성, 입원력, 치료 기간, 치료 종결 이후 경과 기간 등에 따라 인수기준을 달리하고 있으며 실손보험은 우울증 치료 종결 후 최소 1~5년이 지나야만 심사를 진행하고 인수 여부를 검토해왔다고 답변했다.
 
또한 이들은 우울장애를 비롯한 정신질환의 위험도를 당뇨, 고혈압 등 다른 신체질환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신 및 행동장애의 평균 입원 일수가 타 질환에 비해 매우 높고, 우울증 환자의 요양급여비용 총액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우울증 환자의 주요 질병 발생률 및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통계가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진정인의 손을 들어줬다. 2018년부터 당뇨, 고혈압 질환 등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도 유병자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한데, 유독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에 대해서만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A, B 보험사가 제시한 우울증 관련 각종 통계자료는 보험인수 거절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각 개인의 증상이나 질환의 경중, 건강 상태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대체로 2000년대 초반 통계여서 최근의 의학 발전 및 치료환경 변화를 반영했다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요양급여비용의 증가 추세는 다른 질환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이들 보험사의 인수기준에 따르면 진정인처럼 적극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건강관리를 하는 사람은 가입이 제한되는 반면,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한 사람은 보험 가입이 가능한 모순이 발생한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다른 진료과목에서도 수면제, 항우울제 등을 처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진 = 연합뉴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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