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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마이데이터, 혁신이 안 보인다
2022-06-30 06:00:00 2022-06-30 06:00:00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 시행된지 반년이 지났다. 빅테크 기업과 금융사들은 대대적인 이벤트를 펼치며 고객 모으기에 한창이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금융사나 빅테크 기업에 흩어진 개인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서비스다. 마이데이터는 금융 시장을 송두리째 혁신할 촉매제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빅테크뿐만 아니라 시중은행,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내놓은 마이데터 서비스는 대출비교다. 금리 인상기에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 비교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혁신 금융'이라는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의 편의성과 금융혜택 확대보다는 기업의 수익성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 금융사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한 이후 대출 권유 전화에 시달렸다는 이용 후기도 이어지고 있다. 마이데이터 애플리케이션은 월 3000만원까지 대출 가능하다고 해서 금융사와 전화통화로 진행하면 실제로는 훨씬 적은 금액만 빌릴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대출 희망고문을 겪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대출 비교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대출이 고금리의 2금융권 상품 일색이라는 점도 탐탁치 않다. 시중은행의 대출 상품을 일부 취급하긴 하지만, 은행 대출이 가능한 소비자가 대출 비교 서비스를 찾을리는 만무하기 때문에 2금융 대출이 주를 이루고 있다.
 
1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이 손 쉽게 2금융권 대출로 향하고 있지만, 고금리 상품에 대한 위험성 경고도 전무하다.
 
데이터라는 먹잇감을 두고 빅테크기업과 금융업권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그간 은행권은 빅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한정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경우 페이사 소액 후불결제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금융권의 손을 들어주는 있는 모양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급기야 "금산분리 완화라는 원칙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거론하기도 했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을 분리한다는 원칙이다. 은행 등 금융사는 비금융 회사의 지분을 15%까지만 취득 가능하다는 게 골자다. 데이터 취급 또는 가공 회사를 소유하고 싶은 금융권의 숙원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이데이터의 본질은 금융소비자의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이전에 누리지 못한 편의 서비스를 되돌려주자는 것이다. 사회초년생, 주부 등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Thin Filer) 고객에게도 낮은 금리의 양질의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금산분리 완화와 같은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기 이전에 서비스 차별화와 혁신에 대한 자구노력이 얼마나 선행했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지금처럼 금융 플랫폼 시장의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한 혁신 없는 경쟁만으로는 공멸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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