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는 26일부터 고품격 투자 칼럼 `Market eye`를 시작합니다. Market eye는 하루의 주식시장 흐름을 분석하고 내일의 전략을 가늠해보는 칼럼입니다. 칼럼 집필을 맡은 정종현 증권팀장은 토마토 TV를 통해 매일 주식시장의 맥을 짚어주고 있는 투자전략가입니다. Market eye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흐름을 잡는 데 든든한 등대가 될 것임을 약속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성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중독'이라는 단어의 국어사전 뜻을 찾아보면 ▲ 생채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장애를 일으키는 일 ▲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고 나와 있다.
보통은 첫번째, 두번째 뜻을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중독의 폐해는 결국 판단력을 흩트리게 된다는 의미다.
아닌게 아니라 요사이 주식시장이 그렇다.
경제도 시장도 국제유가 때문에 심한 중독증을 앓고 있다. 국제유가가 70달러대를 넘어선 때가 지난해 6월께였음을 감안하면 주식시장이 유가라는 물질에 중독된지도 어느덧 1년이 다돼가고 있다.
아니, 오히려 오르는 국제유가에 대해 그만큼 세계 경기 여건이 좋기 때문에 일정수준 내에서 오르는 것은 당연시 했고, 그 피해에 대해서는 충분히 흡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치, 일부 마약은 약으로도 쓴다는 것 처럼..
올해들어 연초 글로벌 증시가 가파른 조정이후 상승세를 보일때 국제유가는 100달러를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증시는 국제유가보다는 신용경색에서 벗어나는 일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증시의 동향은 간밤에 국제유가가 올랐는가, 내렸는가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정도로 국제유가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처럼, 단기간에 200달러까지 올라가지 않는다고 해도, 현수준의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유지된다면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120달러대 횡보를 끝내고 국제유가가 한단계 올라섰던 지난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700억원의 순매도를 보이며 수출주의 주가하락을 이끌었고, 오늘도 2321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젠 국제유가 동향을 빼고서 증시를 설명하기 어려워졌을 정도로 시장은 유가동향을 필요로 한다.
미국의 드라이빙시즌돌입, 주간 원유재고의 감소, 유럽ECB 총재의 경기 우려와 금리동결등 여전히 국제유가 상승을 지원할 부대는 건재한 상황이다.
단기간에 투기적인 세력이 빠져나가 국제유가의 급락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기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어찌보면 '메모리얼데이'로 휴장에 들어간 미국이 우리증시 입장에선 고마울 수도 있을 것이다. 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안봐도 되니까.
1800선을 예리하게 지켜낸 기관의 장막판 매수와 1800선이라는 라운드넘버를 지켜낸 의지를 높이 사기엔 시장 분위기가 낙관적이지 않다.
1900선 근방까지 상승을 이끌었던 수출주는 차익실현 매물에 시달리고 있고, 대안주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은행, 증권업종 중심의 단기반등이 나오지만, 추세 움직임으로 증시를 선도하기엔 인수합병(M&A)이나 공기업 투자확대는 재료가 미약해 보인다.
월말을 맞아 기관의 윈도우드레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오히려 기관도 기계적인 매수에 매도로 대응하고 있어 기대만큼 그 효과가 크지 않다.
국제유가의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요인은 당장 증시에 확대 해석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산자물가지수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압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아질 것이고, 금리정책을 쉽게 쓸수 없는 현재는 딱히 내보일 만한 정책이 별로 없다.
1800선에 대한 지지와 중장기 이평선의 골든크로스는 말그래도 기술적분석으로 해석해야 할것이다. 섣불리 믿고 저가매수에 덤비기 보다는 반등의 실마리를 만들어줄 재료가 필요하다.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재료가 구지 아니더라도 마약과 같이 중독된 국제유가에서 빠져나올 뭔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약은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온몸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기호식품이라 주장되는 담배도 하다못해 폐에 영향을 미치듯이, 마약은 심장과 폐, 간, 내장, 뇌까지 몸속 깊숙이 영향을 미친다.
하다못해 마약제조하는 곳에선 벽에 베인 연기에만 장기간 노출되도 위험하다고 한다.
국제유가 급등이 경제전반 구석구석까지 미친 영향이 소진될 즈음에야 증시는 비로소 반등의 기운을 차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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