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올해에도 가구업계의 가격 인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가구업계에서는 목재 등 원자잿값과 운임비가 오르면서 가구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1월 1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과 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새해를 하루 앞둔 이케아코리아는 지난달 31일 전체 제품의 20%에 해당하는 제품에 대해 소비자 가격을 평균 6% 인상한다고 밝혔다. 원자재 수급에 영향을 많이 받은 수납장, 침대, 식탁, 러그 등이 대상이다.
이케아코리아는 “18개월 이상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비, 원자재비, 운송비 등 공급망 전반에 걸쳐 상승한 상당한 비용을 감수하며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전 세계가 직면한 거시경제적 영향에 따라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케아는 배송비까지 낮추며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펴왔지만 원자잿값의 여파를 피할 순 없었다.
다른 가구업체들도 올해 중 가격 인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인상 시기를 밝힌 곳은 없지만 일부 업체가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계획은 없으나 올해 안에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한 곳도 있었다.
지난해의 경우 한샘, 현대리바트, 일룸, 신세계까사 등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계속되는 원자잿값 인상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가구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을 선호하지 않는다. 가구는 필수재가 아니고 대체재가 많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며 “그러나 원자재 가격과 운임비가 오르면서 생존을 위해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목재 등 원자잿값은 크게 폭등했다. 코로나19 유행이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가구에 주로 쓰이는 파티클보드(PB), 섬유판(MDF) 가격은 지난 2020년부터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또 대한목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러시아산 제재목(3.6㎝*3cm*3cm) 가격은 57만원이다. 이는 전년 12월 39만원 대비 46% 상승한 금액이다. 같은 크기의 뉴질랜드 소나무 제재목 가격은 43만8000원으로 48% 뛰었다. 러시아산 제재목과 뉴질랜드 소나무 제재목 모두 전월에 비해서는 각각 5%, 4.6% 가격이 하락했지만 예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대한목재협회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서 제재목 가격이 엄청 올랐다”며 “국내 가구업계는 물론 건설, 토목 등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상 운임비 역시 평년 대비 3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류는 원자재가 무겁고 부피도 크기 때문에 해상을 이용하는 데 해상 운임비가 올라가면 그만큼 압박이 커진다.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한 가구업체는 “지난해에는 오른 원자재에 해당하는 품목만 인상했는데 계속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도 원자잿값 인상에 해당하는 품목에 한해 최대한 합리적으로 가격 인상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가격 인상 횟수나 시기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을 고려해 낮은 인상폭으로 여러 번 인상을 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상 횟수를 줄이기 위해 한 번에 대규모로 인상하는 업체도 있다.
소규모 가구업체의 경우 상황이 더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화만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지난해 초 대비 원자잿값이 10% 이상 올라갔다. 운영을 하려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작은 기업들의 경우 원자재를 현금을 통해 대량으로 구매할 수도 없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현실”이라고 전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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