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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주년 창간기획)"클릭 몇 번이면 끝"…불황 잊은 이커머스
(코로나시대 기업풍속도)②
비대면 쇼핑 증가에 간편결제도 급성장…늘어난 물동량에 택배 노동자는 시름
2021-05-12 06:00:00 2021-05-12 06:00:00
[뉴스토마토 이선율·정등용·홍연·심수진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산업을 완전히 뒤바꿔놨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고 사람들이 불필요한 외출을 줄이면서 자연스레 온라인 쇼핑 이용 빈도가 늘었다.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쇼핑에 더 익숙했던 중장년층까지 끌어들인 이커머스 업계는 간편결제 서비스 보급에도 박차를 가했다. 클릭 몇 번으로 결제를 마칠 수 있는 간편결제는 온라인 쇼핑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의 급속한 성장 뒤에는 택배 노동자들의 노고가 숨어있었다. 해묵은 논쟁인 택배 노동자의 처우 개선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자상거래 매출 규모는 20% 가까이 급성장해 약 117조원에 달했다. 기존 이용객뿐 아니라 40~60대의 이용률도 큰 폭으로 늘었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 거래액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5조89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4% 늘었다. 이는 2018년 10월 이래 가장 큰 증가폭이다. 배달 음식 등 음식 서비스(62.4%), 음식료(21.1%) 등 일상에 밀접한 품목뿐만 아니라 여행·교통 서비스(92.9%)를 포함한 대부분의 상품군에서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늘었다. 
 
소비 패턴이 변하면서 온라인 쇼핑 플랫폼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이커머스 거래액은 △네이버(27조원) △쿠팡(22조원) △이베이코리아(20조원) △11번가(10조원) △위메프(7조원) △티몬(5조원) △카카오(4조6000억원) △SSG닷컴(3조9000억원) 등으로 추정된다.
 
쿠팡이 지난 3월 뉴욕증시에 상장하며 5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마련하자 이커머스 업계 외에도 롯데, 신세계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도 앞다퉈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플랫폼 사업자 역시 커머스 부분을 강화했다. 네이버는 신세계그룹과 2500억원 규모 지분을 맞교환해 시너지를 모색하는 한편, 카카오는 쇼핑 서비스를 카카오톡 전면에 배치하고 생방송 쇼핑과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OO페이' 대중화 원년…'제로페이' 위상도 상전벽해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성장세는 간편결제 서비스의 대중화에도 불을 당겼다. 'OO페이'로 익숙한 간편결제는 신용카드 등 지급카드 정보를 모바일 기기나 PC 등에 미리 저장해 두고 거래 시 비밀번호 입력, 단말기 접촉 등의 방법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2020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신용카드를 이용한 전자상거래 소비가 늘어나고 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한 비접촉·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소비가 급증했다. 2016년 645억원 규모였던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는 지난해 4492억원으로 5년 사이에 7배가량 성장했다. 이 중에서도 작년 한 해 동안의 이용 동향을 살펴보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대면 경제활동이 위축된 2~3월과 하반기에 온라인 간편결제 이용 금액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PG사(결제대행사)에 의존하는 기존 결제 방식을 탈피하고 쿠페이(쿠팡), 스마일페이(이베이코리아), SSG페이(신세계) 등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간편결제 서비스와 멤버십 구독을 연계해 멤버십 회원들에게는 구독료 이상의 혜택을 제공하는 등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락인효과'를 유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포털과 메신저 서비스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빠르게 이용자들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네이버페이의 결제액은 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아직까지 주된 동력은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를 통한 거래지만 넥슨, 삼성화재 등 대형 외부 제휴사를 통한 거래와 네이버 예약서비스 등 결제 파트너가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같은 기간 카카오페이 거래액(송금·금융서비스 포함)은 58% 증가한 22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분기 거래액이 20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결제 서비스는 78% 확대되며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성수기였던 전분기의 성장세를 뛰어넘었다. 카카오페이도 외부 파트너사와 연계된 온라인 결제액이 가파르게 늘어나며 온라인 영향력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관치페이란 오명을 썼던 제로페이도 코로나19로 전환기를 맞이했다. 온누리상품권이나 각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역 상품권의 할인 구매·결제가 가능한 제로페이에 이용자가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2018년 12월 출범한 제로페이는 출범 2년여만에 80만 가맹점, 결제액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조1529억원의 누적결제액을 달성했고, 지난 4월 기준 전국 가맹점 수는 85만개로 늘렸다. 누적 거래도 5200만건을 넘어섰다.
 
제로페이를 운영 중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은 올해를 '제로페이 2.0' 시대로 선언하고 누적결제액 3조원, 가맹점 120만개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소상공인 중심의 디지털 혁신과 정책자금 플랫폼 등을 통해 제로페이의 디지털 고도화를 가속화 한다는 계획이다.
 
배송경쟁에 택배도 호황…택배기사 과로사 대책 마련 요원
 
이커머스의 성장에 택배업계도 호황을 누렸다. 온라인 소비가 늘면서 국내 택배 시장 규모가 커진 덕분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KILA)에 따르면 작년 국내 택배 시장 매출액은 7조4900억원으로 2019년보다 18.4% 증가했다. 이는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성장세다. 지난해 경제활동인구 1인당 택배 이용 횟수는 122회로, 전년 대비 22.7회나 늘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한 택배사 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 및 상차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택배 시장의 빠른 성장에 부작용도 뒤따랐다. 유통업계가 새벽 배송, 당일 배송 등 빠른 배송 경쟁에 나선 데다 물동량이 늘면서 택배 기사들의 업무량이 과도하게 늘었기 때문이다. 작년 국내 택배 물동량은 33억7000만개로, 전년 대비 20.9% 증가했다. 2019년까지 최근 5년 평균 물동량 증가율이 11.4%임을 고려하면 두 배 수준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물동량 증가에 따른 장시간 노동이 반복되면서 지난해에만 16명의 택배 노동자가 사망했고 올해도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작년 10월 택배사들이 과로사 대책을 발표했고, 12월에는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출범했으나 과로사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택배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택배 분류작업 인력 투입과 지연배송 허용, 택배 요금 정상화 등을 꼽았다. 이 중 지난 1차 사회적합의기구는 택배사의 분류작업 추가 인력 투입과 심야 배송 제한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안을 도출했다. 다만 택배 요금 인상안은 현재 논의중이며, 심야 배송 제한도 택배 요금 정상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추진될 예정이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택배사들이 지연 배송을 허용하고, 온라인 업체와 대형 화주들도 이를 수용해야 노동자가 적정 노동 시간만 일할 수 있다"며 "또 비정상적으로 낮은 택배비를 정상화해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율·정등용·홍연·심수진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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