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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늘리며 돌진하는 중국 게임사들…한국 게임업계 ‘긴장’
미호요의 원신, 크로스 플랫폼 도전에도 글로벌서 큰폭 성장
국내업체들, 미국·유럽 등에 IP 다각화 위한 움직임 본격화
2021-01-31 12:00:00 2021-01-31 12:00:00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중국 게임사들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인기 게임 베끼기를 잘하는 ‘짝퉁’ 게임사 이미지를 벗고 신규 IP(지식재산권)를 앞세운 다양한 플랫폼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으며 한국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게임사들이 밀리지 않으려면 신규 IP 개발에 좀더 공격적으로 나서고, 글로벌 진출에 힘써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게임으로 미호요의 `원신`과 게임사이언스의 `블랙 미스:오공`을 꼽을 수 있다. 이외에도 ‘명일방주’와 ‘AFK아레나’ 등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 게임사 미호요의 신작 '원신'. 사진/미호요
 
특히 지난해 9월 출시한 미호요의 원신은 출시 한 달 만에 2억4500만달러(약 2743억원)를 벌어들이며 전세계 모바일게임 매출 1위를 차지, 무서운 강자로 떠올랐다. 중국은 14억 인구의 내수시장을 갖춰 자국 출시만으로도 세계 매출 상위권을 차지한다지만 원신의 경우 한국과 미국의 쟁쟁한 게임을 제쳤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이 게임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150국에 동시 출시했고, 매출의 67%는 국외에서 벌어들였다. 원신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유려한 그래픽과 광활한 가상세계를 실감나게 구현해냈다. 게다가 대세인 모바일 버전으로만 출시하지 않고, PC와 콘솔 버전까지 할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을 글로벌 시장에 과감히 내놓았고, 판로를 넓히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원신이 중국 게임 전체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큰 활약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임사이언스의 ‘블랙 미스: 오공’도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게임 중 하나다. 이 게임은 '서유기'로 유명한 '손오공' 설화를 배경으로 하는 액션 롤플레잉게임(RPG)으로 애니메이션, 액션, 연출, 게임 플레이 등에서 수준급 퀄리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레일러 13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던 지난해 8월 당시 1000만뷰를 돌파했고, 유튜브에서도 80만뷰 이상을 기록했다. 출시일이 정해지지 않았는데도 AAA급(대량 자본을 투자해 개발하는 블록버스터급 게임)으로 꼽히며 주목받았다. 이 게임을 만든 게임사이언스는 텐센트 출신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한 100명 미만 수준의 직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 미스 오공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중국 게임사들의 비약적인 성장세에 한국 게임사들도 바짝 고삐를 쥐는 모양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게임이 현상유지에만 머물러있다며 신규 지식재산권(IP) 개발에 좀더 분발해야한다는 일침도 내놓았다. 
 
국내 게임사들은 IP다각화와 플랫폼 확대를 통한 글로벌 진출로 대응하고 있는 분위기다. 스마일게이트는 대표작 ‘크로스파이어’를 계승한 ‘크로스파이어 X'를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한 버전으로 국내를 넘어 북미와 유럽 등에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세계적 게임 시상식인 `더 게임 어워드(TGA)`를 통해 올해 하반기 출시할 `붉은사막` 게임 영상을 공개해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붉은사막`은 게임 내 이동 제한이 적고 자유도가 높은 오픈월드 어드벤처 장르로 연내 콘솔·PC 플랫폼 버전으로 나올 예정이다. 
 
넥슨은 스웨덴 자회사 엠바크스튜디오에서 AAA급 멀티플레이 협동 액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신작은 게이머들의 플레이 방식 자체를 새롭게 바꿔놓겠다는 목표 아래 준비 중이며,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AI(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어느 순간 중국 게임이 뛰어난 개발력을 가진 무서운 다크호스로 급부상했고, 원신의 경우 국내 게임사들 내에서도 본받을 점이 많다고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장이 필요한 중견기업들은 다양한 신규 IP 개발에 적극적인 분위기이며, 성장 고점에 올라선 3N과 같은 대형기업은 기존에 만들어놓은 인기 IP들이 있기에 이를 재확산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오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다수의 게임사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새로운 IP를 개발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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