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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모험자본 활성화 드라이브…"리스크 감당 역부족"
벤처대출, 증권사 겸영업무에 추가…비상장 기업도 크라우드 펀딩 가능…업계 "지분투자 국한 협소한 시각"
2021-01-20 04:00:00 2021-01-20 04: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금융위원회가 증권사 등 자본시장의 중소·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기능 강화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벤처대출을 증권사의 겸영업무에 추가하고 대출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건전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조치로는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크지 않은 모험자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19일 발표한 '2021년 업무계획'의 핵심은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한 증권사의 역할을 강화한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우선 벤처대출을 증권사의 겸영업무에 추가하고 3년간 평균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초기 중견기업에 대해선 대출·투자 관련 건전성 규제(순자본비율·NCR) 부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4월에도 금융당국은 코로나19 대응 규제 유연화 방안을 발표하고 신규 기업의 대출채권에 대한 NCR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바 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기업금융업무 관련 신용공여 여력이 커진다. 금융위는 종투사의 신용공여 추가 한도에 포함되는 기업금융업무 관련 대출에 M&A 리파이낸싱, 재무구조개선기업 대출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종투사는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이나 기업금융업무 관련 대출 및 중소기업 대출은 자기자본의 100% 이내에서 추가 대출이 가능해진다.
 
또한 앞으로는 창업·벤처기업뿐 아니라 비상장 중소기업도 크라우드펀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지난 6월 발표한 '크라우드펀딩 발전방안'의 후속조치로, 크라우드펀딩 발행기업의 범위를 비상장 중소기업까지 넓히고 발행 한도도 연 15억원에서 30억원으로 두 배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중개기관이 기업성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후속 경영자문, 오프라인 IR 개최 등도 허용한다. 현재는 발행기업에 대한 중개기관의 경영자문이 금지돼있으며, 크라우드펀딩을 위한 청약 권유는 중개기관 홈페이지에서의 광고 또는 포털사이트 단순광고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혁신기업의 코스피 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시가총액만 넘으면 상장이 가능하로독 상장특례 요건도 완화한다. 현행으론 기총 6000억원 기준에 자기자본 2000억원 요건까지 갖춰야 상장이 가능하다.
 
또한 상장대상 기업의 발굴과 육성을 위한 주관사의 적극적인 역할을 유도하기 위해 증권사의 주관사 업무를 제한하는 IPO기업 지분율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벤처 투자를 유독 강조하고 있는 것은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중 3년 이내 스타트업, 벤처기업 등을 향한 투자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규제완화가 증권사들의 모험자본 공급의 유인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도 제기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건전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다하더라도 기업의 영속성 차원에서 위험자본에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벤처투자의 경우 장기적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만기가 짧은 발행어음의 특성과 맞지 않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에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 수익을 내는 게 최우선 과제다. 위험성이 큰 벤처투자로 손실을 보면 증권사가 그 손실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당국이 모험자본의 범위를 단편적으로 상장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국이 모험자본의 범위를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로 좁혀 발행어음의 투자범위를 크게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자금이 '모험자본'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만큼 생태계에서 자본을 잘 조달받고 있지 못하고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라며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벤처투자로 활용하기엔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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