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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보고관 '대북전단법' 비판에 통일부 "유감", 외교부 "소통"
국제사회 정중앙 선 북한 인권문제 속 논란 확산할 듯…정부 '난감'
2020-12-17 15:39:47 2020-12-17 15:39:47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 절차만을 남겨둔 17일 관련 논란이 국제사회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공개적인 비판과 함께 표명한 '재고 권고'에 주무부처인 통일부와 외교부가 해명하고 나섰지만, 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목표로 법안을 추진해온 정부·여당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UN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작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방한 결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미국 의회 입법과 출자로 설립된 국제방송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6일(현지시간) 킨타나 보고관이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해 "시행 전 관련된 민주적인 기관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법안을 재고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이번 법안이 여러 결점에 비추어 볼 때 재고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방면에서 북한 주민들에 관여하려는 많은 탈북자들과 시민사회 단체 활동에 엄격한 제한을 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RFA는 전했다. 또한 "대부분 이러한 활동은 세계 인권선언 19조에 따라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고 있다"며 "남북한 주민들 모두 이에 따라 국경에 상관없이 정보와 생각을 주고 받을 권리를 누린다"고 지적했다. 
 
과잉금지 우려도 지적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이번 개정안이 관련 활동을 최대 징역형 3년으로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을 손상시킬 수 있다"며 "형사처벌이 다른 법 영역을 대신해야 하는 정당한 이유를 이번 개정안이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표현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기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국제인권법에 따라 법안의 구체적인 필요성을 더 분명히 정당화할 필요가 있다"며 "접경지역 주민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나 접경지역에서 일어날 중대한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타당한 목적이 될 수 있으나, 이 법안은 시민사회 단체들의 접경지역 활동과 이 활동이 미치는 위협 사이의 직접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이 재석187인 찬성187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와 관련해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접경지역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면서 표현의 자유도 보호하기 위해 입법부가 그간 판례 등을 고려하면서 표현의 방식을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킨타나 보고관이 민의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민주적 논의와 심의를 통해 법률을 개정한 데 대해 민주적 기관의 적절한 재검토 필요를 언급했다"며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킨타나 보고관은 다수의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 안전 보호를 위해 소수의 표현방식에 대해 최소한으로 제한했다는 점을 균형있게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국제사회와 소통해 나가겠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킨타나 보고관이 이번 인터뷰 이전부터 우려를 표해온 만큼 실제로 얼마나 소통이 이뤄졌는지는 미지수다.
 
최영삼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헌법 및 정부가 비준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음을 먼저 말씀드린다"면서 "다만, 국민의 생명권 존중 및 보호측면과의 균형을 고려하여 국민들의 생명, 신체에 위험을 발생시키는 전단살포에 대해서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제한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와 관련해서 말씀하신 킨타나 특별보고관 등 유엔 측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이러한 점을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전날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국회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려 했고 2008년 이후 관련 입법 수십개가 추진됐다"며 "군사적으로 매우 긴장된 지역에서는 더 큰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고, 접경지역 주민들은 전달 살포 중단을 몇 년째 요구해왔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에 따라 우리는 법으로 제한해야 하고, 이런 행위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해를 끼치거나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에만 제한된다"고 법안 의미를 밝혔다.
 
법안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행위 등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를 하는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지난 14일 밤 범여권 단독 의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면 내년 3~4월 중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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