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검찰 ‘부글부글’…김건희 놓고 전면전
대규모 물갈이 인사에 내부 반발 기류
2024-05-14 16:14:09 2024-05-14 21:48:16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서울중앙지검이 김건희 여사 수사 전담팀을 꾸린 지 불과 11일 만에 지휘부가 전면 교체된 데 대해 검찰 안팎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김 여사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 내부에서 총장과 윤석열 대통령 세력의 전면전이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검찰 내부의 갈등 격화를 피할 수 없게 된 겁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총장의 임기가 4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단행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입니다. 검찰총장의 참모진인 대검찰청 부장들은 양석조 반부패수사부장을 제외하면 대거 교체됐습니다.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중앙지검 수사 실무를 책임졌던 1·4차장도 전원 교체됐습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월 취임하며 총선 이후 인사 가능성은 거론됐지만, 김 여사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와중에 검찰 지휘부가 교체되면서 용산 대통령실과 검찰 간 갈등이 더 부각되고 있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주현(오른쪽) 민정수석비서관과 전광삼(오른쪽 세번째) 시민사회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송 중앙지검장은 올해 초부터 김 여사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총장도 이달 들어 김 여사 수사 전담팀 구성을 지시하면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강조해 대통령실과 검찰 사이 이상기류가 감지됐습니다.
 
검찰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변호사는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 거셌고, 여당의 검찰 개혁 목소리도 다시 높아졌다”며 “검찰 입장에서 김 여사 수사는 특검이 도입되더라도 최소한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지검장이야 바꿀 때도 됐다고는 하지만, 수사 일선에서 실무 책임을 지는 팀장격 인사까지 모두 교체하는 건 검찰에서 김 여사 수사를 하지 말라는 신호로밖에 볼 수 없다”며 “대통령실에서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키고 통제를 강화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검찰 내부의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실-검찰 갈등 ‘부각’
 
앞서 이원석 총장의 수사 지시가 대통령실과의 ‘약속대련’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왔지만, 이번 인사로 갈등설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이 총장은 이날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등을 돌릴 경우 ‘레임덕’ 위기가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검찰 인사로 오히려 대통령실이 김 여사 특검을 해야 할 명분을 주는 걸로 보인다”며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전 정부에서 털었다고 하는데, 현 정부 들어서도 2년간 결정도 못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국민적 의혹이 높은 명품가방 수사도 고발된 지 6개월이 지나서야 수사를 겨우 시작했다. 검찰이 그동안 수사를 하지 못했거나 안 했던 이유들이 다 특검 대상이 될 것”이라며 “면피용 수사라도 어떤 식으로든 털어내고 가야 하는데, 검찰 조직 차원에서뿐 아니라 일선 검사들도 불만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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