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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회용컵 보증금제 임박…취지 공감·실효성 의문
음식물 등 컵 세척·반납 불편 우려…제도 모르는 사람도 대다수
친환경 정책엔 공감해도…"300원 보증금·유인책 약하다" 지적도
2022-09-27 07:00:00 2022-09-27 07:00:00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세 잔 나왔습니다”
 
26일 오후 점심시간인 12시 30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점심을 먹고 나온 사람들과 커피 머신 소리로 가득 찼다. 매장에서 마시고 가는 사람들에게는 다회용컵에,  커피를 가지고 나가는 사람들은 종이, 플라스틱 등 1회용컵에 음료가 담겼다. 30분 동안 지켜본 결과 개인 컵을 들고 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송파구에서 근무하는 30대 박모씨는 “평소에 텀블러를 사용하지만 점심 먹고 나서는 1회용컵으로 주문하는 편”이라면서 “밥을 먹고 식당 인근의 카페로 바로 오다보니 들고 오지 못했다. 식당에까지 텀블러를 들고 다니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1회용컵 보증금제도에 대해 “아직 제도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정부는 오는 12월 2일부터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1회용컵 보증금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환경부에 따르면 1회용컵 보증금제도는 1회용컵을 사용할 경우 음료 금액에 자원순환보증금액 300원이 추가된다. 컵을 반납할 경우 이 금액을 현금이나 포인트 등으로 환급받을 수 있다. 제도 적용대상은 전국 100개 이상 매장(직영·가맹점 포함)을 운영하는 커피전문점과 베이커리, 패스트푸드업체다.
 
지난 5월 서울 중구 한 커피전문점에서 환경부 공무원이 1회용컵 보증금제도 공개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초 정부는 오는 12월부터 전국에서 시행하려고 했지만 기존 안을 축소해 제주도와 세종시 두 지역에서만 실시하게 됐다. 당장 서울 지역에서 제도가 시행되지는 않지만 점차 적용 지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서울 지역의 점주들과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그 결과 정책 취지는 공감하지만 소비자 참여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했다.
 
송파구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은 “1회용컵 회수기에도 불구하고 크림 등이 묻은 커피 컵은 세척을 해야 하는데 매장용 컵 씻기도 바쁜데 1회용컵까지 씻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소비자 이모(33)씨는 “커피를 길거리에서 마시다가 다 마셨는데 그걸 계속 들고 다니기도 불편하고 먹었던 것을 씻어서 매장에 가져가는 것도 번거로울 것”이라면서 “차라리 1회용컵 보증금제가 아닌 개인 컵을 가져올 경우 선할인 혜택을 더 확대하는 게 실효성이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6일 서울 시내에 한 대형 커피전문점 픽업대에 테이크아웃용 커피가 놓여져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실제로 지난 2002년 환경부와 프랜차이즈 업체는 보증금제도를 실시했으나 6년 만에 폐지됐다. 회수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당시 커피컵 개당 50원, 패스트푸드 음료컵 개당 100원의 보증금을 받았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의 회수율은 37%에 머물렀다.
 
반면 정책 취지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 중구에서 커피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1회용컵을 줄이고 개인 컵을 사용하게 하려고하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는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12월 시행에 급급하기보다 지원안 등을 마련해 피해를 보는 업체가 없도록 정책을 보다 촘촘하게 짜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소비자 김수인씨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프랜차이즈 업계에 어느 정도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300원의 보증금은 (소비자 유인책으로) 약한 것 같다”고 밝혔다.
 
26일 서울 시내 대형 커피전문점 매장에 놓여있는 다회용컵 수거기 모습. (사진=유승호 기자)
 
이처럼 일각에서는 정부가 단순히 업체들의 참여만을 독려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인식개선과 함께 유인책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다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1회용컵 보증금제도를 실시해도 소비자들이 1회용컵을 집에서 분리수거하거나 다른 곳에 버릴 경우 정책적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1회용컵 보증금제도의 목적은 1회용컵 회수율을 높여 재활용을 하겠다는 것과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그만큼 소비자의 참여가 중요하다”면서 “개인컵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등을 통해 소비자의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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