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칼럼)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논란
입력 : 2022-01-11 06:00:00 수정 : 2022-01-18 10:36:20
 
최용민 산업2부 기자.
21세기에 때 아닌 ‘멸공’이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전쟁 직후 남한 사회를 하나의 유기체로 만든 구호가 바로 이 ‘멸공’이다. 당시 내 가족을 죽이고, 내 이웃을 몰살시킨 북한은 분명한 적이었고, 북한이 선택한 공산주의는 박멸해야 할 사회 체제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멸공’보다 우선하는 가치들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레 뒷방으로 밀려났다. 이런 단어가 21세기에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멸공’ 논란에 불을 지핀 사람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최근 정 부회장은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올렸다. 이에 인스타그램은 이를 ‘폭력·선동’ 가이드라인 위반이라는 이유로 삭제했다. 그러자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삭제 안내문을 캡처해 올리면서 반박했고, 그 이후 ‘멸공’과 관련된 게시물을 쏟아내면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이번 논란에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이슈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이마트에서 장을 보며 멸치와 콩(멸공)을 구매한 것을 놓고, 정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후보에 이어 야당 인사들도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구매하는 모습을 사회관계망에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야당이 멸공을 키워드로 윤 후보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온라인에서는 정 부회장의 병역 문제까지 회자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과체중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역을 면제 받은 사람이 ‘멸공’을 주장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견이 대부분이다. 사실 군대 안 갔다고 ‘멸공’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이런 비판에는 현역 입대를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체중을 늘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멸공’ 논란을 보면서 정 부회장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멸공’이라는 단어를 어떤 의도로 선택하고, 사회관계망에 올렸는지. 정말 공산주의를 없애야 된다는 뜻으로 올렸다면 그 방법론에 대해서도 답변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멸공’은 전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스스로가 전쟁론자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의 ‘멸공’을 이야기한 것인지 자세한 설명을 해야될 것이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73만명을 거느린 인플루언서다. 사실 인플루언서 이전에 대기업 오너라는 점에서 그의 말과 행동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은 개인 사회관계망에 자신의 생각을 적는 것이 단순한 행위를 넘어 어떤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킬지 한 번 더 고민해야 될 필요가 있다. 정 부회장 스스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친 이승복 어린이에 머물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사실 북한이 휴전선을 기준으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 실질적이고, 분명한 적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중요한 것은 그런 실질적인 적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일 것이다. 대북 관계에 있어서 우리 현대사는 ‘냉전과 포용’ 이 둘 사이를 시계추처럼 이동하며 정권을 유지하거나, 창출해 온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 정권 모두 북한을 권력 유지 수단으로 이용한 것도 사실이다.
 
결국 문제는 여전히 우리가 ‘멸공’이란 단어 하나에 니 편과 내 편이 갈리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현실이다. 사실 북한이란 존재는 지난 70년간 남한 사회를 갈라치기가 편한 사회로 만들어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는 대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결코 사라질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여전히 ‘곁은 사라지고, 편만 남은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어른으로 남아 있다.
 
최용민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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