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1위 코인 거래소의 민낯
입력 : 2021-06-16 06:00:00 수정 : 2021-06-16 06:00:00
“오후 5시30분 갑자기 발표된 업비트 통보, 당황스럽네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지난 11일 30종 암호화폐에 대해 거래소에서 빼거나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관련 코인 발행사는 이 같이 한탄했다. 거래량 1위인 대형 거래소의 이번 결정은 투자자들에게나 해당 코인 발행사에게나 충격이 컸다. 업비트발 국내 알트코인 정리 조치에 해당 코인 가격은 최대 70~80% 이상 폭락했다.
 
무엇보다 30종 무더기 원화 거래 정지·유의종목 지정에 대한 기준과 사유가 모호해 불만이 폭발했다. 업비트가 언급한 내용은 "팀 역량 및 사업, 정보 공개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 역량, 글로벌 유동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내부 기준에 미달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 전부다. 한 코인발행사는 “업비트로부터 온 메일에는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이유에 대해 명확한 이유가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메일 보자마자 바로 운영팀에 사유나 기준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보냈으나, 현재까지 답이 없는 상태”라고 상황을 전했다. 다른 코인 발행사도 “사전에 예고도 없었고, 기준에 대해 정확히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금법 영업 신고를 앞두고 신고 수리에 걸림돌이 될 만한 코인을 솎아내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일부 관측도 나오지만 이같은 상황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이번 조치는 너무 갑작스럽고 일방적이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14일에는 상폐를 앞둔 코인에 대한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거래가 폭주하며 업비트발 유의.상폐 종목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원화시장에서 거래가 종료되는 마로, 페이코인, 옵저버, 솔프케어, 퀴즈톡 등 5종 코인의 경우 전일 기준 30~40% 가량 올랐다. 페이코인의 경우 전일 대비 104%까지 폭등했다. 거래량이 제일 많은 원화마켓에서 해당 코인이 사라진다는 우려에 ‘단타’를 노리는 특정 고래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가격 펌핑이 일어난 것이다. 유의종목에 지정된 25종의 코인들도 수십프로의 상승세를 보였다. 아라곤은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11일 전일 종가 대비 291% 이상 폭등했다.
 
다만 원화마켓에서 퇴출된 이들 코인은 BTC마켓에서는 그대로 존재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업비트(두나무)와 이해관계가 있는 국내 코인을 중심으로 향후 금융당국이 문제삼을 여지가 많아 선제적으로 원화마켓 퇴출이라는 강한 카드를 꺼낸 것 아니라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업비트의 이번 대처는 무엇보다 거래량과 순위에서 국내 최대, 장기적으로는 미국 증시 상장까지 노리는 업계 1위 기업답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최소한 부실코인이라면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리고 퇴출이든 유의종목이든 결정했어야 했다. 무더기 유의종목 지정, 상폐 결정을 하기에 앞서 사전에 힌트를 주고, 순차적으로 정리하는 식의 조치만 했어도 이 같은 혼란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거래소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투자 거래 환경만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하며, 시세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상장할 때는 꼼꼼히 검토했다면서 뒤늦게 문제 있는 코인으로 지정함으로써 투자자들과 코인발행사들이 사전에 대비도 하지 못한 채 피해를 입게 됐다. 막대한 거래량에 따른 수수료로 최대 실적을 거둔 1등 거래소가 결과적으로 시장 교란에도 앞장선 꼴이 됐다.
  
이선율 중기IT부 기자(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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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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