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도의 밴드유랑)검정치마 “새 음반, 속도만 늦춘 펑크 노래들”
홈메이드 EP ‘Good Luck to you, Girl Scout!’ 인터뷰①
입력 : 2021-05-12 00:00:00 수정 : 2021-05-13 15:02:07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대중음악신의 ‘찬란한 광휘’를 위해 한결같이 앨범을 만들고, 공연을 하고,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TV, 차트를 가득 메우는 음악 포화에 그들은 묻혀지고, 사라진다. ‘죽어버린 밴드의 시대’라는 한 록 밴드 보컬의 넋두리처럼, 오늘날 한국 음악계는 실험성과 다양성이 소멸해 버린 지 오래다. ‘권익도의 밴드유랑’ 코너에서는 이런 슬픈 상황에서도 ‘밝게 빛나는’ 뮤지션들을 유랑자의 마음으로 산책하듯 살펴본다. (편집자 주)
 
검정치마(본명 조휴일)가 홈메이드 EP 음반 ‘Good Luck to you, Girl Scout!’를 내놨다.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을 수상한 정규작 ‘Thirsty’ 이후 약 2년 만의 외출. 홈메이드 제작 방식은 데모 앨범 ‘My feet don't touch the ground(2009, 이하 My feet don’t touch...)’ 이후 12년 만이다.
 
대부분의 기존 정규작들과 가장 구별되는 지점은 미니멀리즘한 악곡 구성이다. 단출한 기타 튕김과 간결한 신디사이저의 타건, 침전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는 투박한 로파이(low-fi) 질감은 찰나에 공기 흐름을 조용하고 느리게 바꿔 놓는다.
 
앨범 전반의 주제는 격리기간 연인에게 차인 주변 친구들에게 받은 영감이다. 11일 새 EP 음반을 낸 검정치마와 서면으로 만나봤다.
 
검정치마 홈메이드 EP 음반 ‘Good Luck to you, Girl Scout!’. 사진/비스포크
 
-보통은 여행콘셉트로 진행되는 기획 인터뷰라, 첫 질문을 음악이나 공연 등의 음악활동이 있으면 관련해서 특정 장소를 정해달라고 요청하고 그 곳에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번 ‘Good Luck to you, Girl Scout!’와 관련해서 만약 어떤 장소에서 인터뷰를 했다고 가정한다면, 어디로 꼽아 보고 싶은가요. 이유와 함께 말씀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냥 집 근처요? 전 생활 반경이 좁은 편이에요. 집 밖에 나가는 걸 안 좋아하고 사람 많은 곳, 여행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합니다. 해외 투어를 가도 호텔 밖으로는 거의 나가지 않고, 친구랑 약속이 잡혀있어도 항상 전날 밤에는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거든요. 인터뷰도 아마 집에서 가장 가까운 장소에서 하지 않았을까요. 과거에도 대부분 그랬고요.
 
-이번 앨범 소개글에서 2009년 데모 앨범 'my feet don't touch the ground'에 가까운
앨범이다라는 설명을 봤습니다. 그때도 그렇고 이번 앨범도 그렇고 홈메이드 제작 방식을 택하신 걸로 압니다. '홈메이드 제작방식'이라면 기존 검정치마 작업에 비해 제작과정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작업공간이나 기간, 작곡방향, 녹음방식 등의 선에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데모 앨범 ‘my feet don’t touch...’ 는 대부분 20대 초반, 녹음에 필요한 장비나 음악적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만든 스케치들이기 때문에 거칠 수밖에 없었고, 이번에는 그때의 느낌만 조금 살렸다고 보면 돼요. 실제로 드럼이나 통기타 같은 전문적인 수음이 필요한 부분들은 전부 친구의 친구 녹음실에서 진행을 했는데, 애초에 수정 없이 거칠게 간 부분들이 많아요. 앨범의 색깔에 맞춘 선택이었죠. 또 뭔가 거창하게 일을 벌려서 녹음하고 싶을 정도로 애착이 있는 노래들도 아니었습니다. 어울리는 옷을 입히느라 오히려 많이 벗겨냈고, 그러다 보니까 집에서 녹음한 게 좀 많죠.
 
-“기존 검정치마 앨범들에 비해 많이 불친절한 앨범이라고 소개하셨습니다. 어떤 점에서 불친절하다고 생각하셨을까요.
 
음질이나 녹음 방식, 그리고 일단 전곡을 영어로 불렀고, 스타일로 봐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들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결정적으로는 음원 없이 미니 시디로만 발매하려 했었기 때문에 불친절하지 않았을까요? 요즘에는 미니 시디가 재생되는 플레이어들도 잘 없고, 또 작정하지 않는 이상 복제도 힘들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들을 수도 없죠. 미니 시디를 재생하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미션이거든요. 수고스러운 경험을 만들고 싶었어요.
 
-‘my feet don't touch the ground’ 작업 당시 모든 사람이 악보를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처음 노래를 만듬과 동시에 악보를 대신할 간단한 녹음을 하곤 한다고 하셨고, 그 스케치 단계의 곡들을 앨범으로 묶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로부터 거의 13년이 지났는데, 이번 앨범에서도 비슷한 작법을 유지하셨는지요.
 
악보를 쓰며 작업하는 뮤지션들은 이제 거의 없을걸요. 그만큼 홈레코딩이 간편해지기도 했고, 저 같은 경우에는 연주가 나쁠지 언정, 항상 첫 느낌이 가장 좋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재녹음보다는 처음 만든 스케치에 살을 붙여서 완성하는 편이에요.
 
-신보 ‘Kleenex’ 도입부 신스음부터 몽롱하면서 통통 튀기는 게 인상적입니다. 이번 앨범에 어떤 악기가 동원됐으며, 신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음악적 요소들이라 하면 어떤것이있을까요. (기술적인 측면에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Kleenex의 유령처럼 목소리를 비튼 기술이라든지, 걸스카우트에서 여성의 웃음소리가 퍼지듯 울리는 것은 무엇을 상징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제 음악에서 글로 설명이 필요할 정도로 기술적인 부분이 있나 싶네요. 그냥 속도만 늦춘 펑크 노래들이라고 생각해 주면 안 될까요? 걸스카우트에서는 예전에 녹음해 뒀던 사촌동생 웃음소리를 사용했는데, 스케이트보드 타는 걸 좋아하는 톰보이에요. 근데 몇 년 전에 결혼해서 텍사스로 이사를 갔어요. 떠나기전에 앞으로 뭐 하면서 살 거냐고 물어보니까 밀웜을 사육해서 고기 대신 먹을 거래요. 아마 거짓말이었을 거예요.
 
-‘격리기간 동안 연인에게 차인 친구들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앨범이라고 봤습니다. 이별에 관한 이야기에서, 앨범 제목 걸스카우트를 어떻게 떠올리셨을까요. 구체적으로 어떤 이미지와 연관시켰을지 궁금합니다.
 
악랄하고 호기심 가득한 소녀들이 숲속을 헤집고 다니는 이미지를 연상했어요. 소녀들은 단순히 탐구가 목적이겠지만, 그 숲에 사는 나무와 벌레들은 무참히 뜯기고 짓밟히겠죠. 그들은 그렇게 숲을 하나 가로지르고 불태울 때마다 새로운 탐험가'의 훈장을 달게 됩니다.
 
-이번 앨범 전반을 관통하는 정서가 질투라고 하셨습니다. 어떤 식의 질투라고 구체적으로 이해해보면될까요?
 
그냥 듣는 사람 마음대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저는 성인이 된 이후로는 불같은 질투나 집착을 해본 기억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질투를 주제로 만든 노래들일뿐, 사실 저에게 굉장히 아득한 감정이에요. 환승 이별 당하면 짜증 나겠죠.
 
-검정치마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 것 같은가요, 또 이번 앨범에서 말하는 사랑관이라면 무엇일까요.
 
진정한 사랑은 모르겠고, 저는 제게 익숙한 것들, 그리고 변하지 않는 것들을 사랑해요. 변하지 않는 음식의 맛, 배신하지 않는 친구들, 그리고 긴 세월을 견디면서도 여전히 좋은 것들. 예로 최근에 Frank Sinatra의 첫 번째 앨범을 정말 많이 듣고 사랑하게 되었어요. 오랜시간 동안 제 주위에 그대로 남아있는 작은 것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고 느껴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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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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