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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 운영자 항소심 27일 시작…신상공개 목적 쟁점
1심은 "사익을 취한 적 없어…다수 양육자의 고통 알리려는 공익적 목적"
2020-08-21 06:00:00 2020-08-21 06: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 공개 홈페이지 '배드파더스(Bad Fathers, 나쁜 아빠들)'를 운영하는 구모씨에 대한 항소심이 오는 27일 열린다. 쟁점은 1심 때와 마찬가지로 배드파더스가 신상 공개를 통해 해당 부모들을 비방하려는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씨의 항소심 첫 기일이 이날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노경필) 심리로 진행된다.
 
여성의당과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5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법사위 양육비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씨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사람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양육비 등의 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쟁점은 구씨의 행위가 공익적 활동에 부합하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개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이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볼 수 없고, 확인절차도 없이 과다한 개인정보를 공개했으며, 이로 인해 침해된 사익이 크다"고 주장했다. 구씨 측은 "사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고 공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신상공개 절차도 법원 양육비 지급 서류를 통해서 일관되게 지켜왔고, 그들이 스스로 명예훼손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1심은 배드 파더스의 목적이 공익에 있다고 보고 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창열)는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온라인에 게재하고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악의적이거나 모욕적인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면서 "피고인의 활동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 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도 검찰이 이를 뒤집을만한 추가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는다면 무죄 판결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효원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양육비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아이가 많은데도 여태까지는 개인, 가정의 문제로 치부되던 것이 다수의 주요한 관심사로 드러냈다는 점이 공공의 이익으로 인정된 것"이라며 "항소심에서도 특별한 증거가 제출되지 않으면 원심이 유지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독일은 사실적시의 경우 형사처벌 하지 않고 있고 일본은 처벌규정은 있지만 실제 처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우리나라는 수사기관에서 사실적시 판단하고 재판에서 피고인으로 하여금 위법성조각사유를 증명하도록 하기 떄문에 혐의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양해연과 한국아동단체협의회 등은 배드파더스 운영자에 대한 무죄 판결에서 나아가 양육비지급을 강제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대 국회에서 양육비 이행과 관련해 10개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의원들의 발의는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국회의원이 양육비 채무자가 지급 의무를 미이행할 경우 국가가 양육비를 우선 지급하는 양육비 대지급제를 발의했다. 전재수 의원은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를 미지급하는 부모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과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및 형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로 내놨다.
 
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양육비 채무자에 대해 출국 금지, 명단 공개 도입, 양육비 지급 이행을 강화하기 위한 처벌 규정 신설을 담은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25일 대표 발의했다. 양해연 관계자는 "아동의 복리와 기본권리를 보호해주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어른들의 책임과 의무"라면서 "21대 새로운 국회에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 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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