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썰외전)'상황극 강간', 무죄 맞나?(영상)
입력 : 2020-08-14 18:00:00 수정 : 2020-08-15 13:50:03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 <법썰외전>, 현장 기자와 법조비평가가 만나 핫이슈를 '개념 있게' 풀어드립니다. 반드시 영상을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콘텐츠는 뉴스토마토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뉴스토마토> 법썰외전의 최기철입니다. 오늘(14일)은, 최근 항소심 재판이 시작된 일명 '상황극 강간 사건'을 다뤄드릴까 합니다. 저희 법썰팀이 이 사건을 선택한 이유는 범죄의 잔악성과 모방범죄 위험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접근도 세가지 각도가 모두 고려되어야 합니다. 가해자들에 대한 법리적용, 피해자에 대한 구제방법, 범행모의 장소가 된 채팅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대책 등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이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가해자들에 대한 법리적용 부분, 즉 1심이 강간 실행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따져보겠습니다.
 
우선 사실관계를 개략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스물아홉살 남성 이모씨는 지난해 9월 랜덤 채팅 앱 프로필에 자신을 '35세 여성'이라고 거짓 설정해 놓고 “강간 당하고 싶은데, 만나서 상황극 할 남성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습니다.이 글을 본 서른아홉살 오모씨가 이씨에게 접근합니다. 이씨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주소라면서 특정 주소를 오씨에게 알려줍니다. 오씨가 그 주소를 찾아갑니다. 실제로 30대 여성이 그 주소지에 살고 있었고 오씨는 그 여성을 성폭행합니다.
 
이씨와 오씨는 주거침입 강간죄 공범으로 기소됐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에 따르면, 이씨와 오씨, 그리고 피해여성은 서로 일면식도 없는, 모르는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오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이씨에게는 징역 15년을 각각 구형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실행자 오씨입니다. 대전지법 형사11부는 지난 6월4일, 지시자 이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피해여성을 성폭행한 오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오씨에게 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오씨는, 피해여성을 채팅앱에 글을 올린 당사자라고 생각했고, 그가 원하는대로 성관계를 했을 뿐이라는 논리입니다.
 
살인과는 달리 실제의 '상황극 강간'은 여성 스스로가 성적 자기결정을 통해서 강압적 형태의 성관계를 선택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죄가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재판부는 "오씨가 이씨 속임수에 넘어가 일종의 강간 도구로만 이용됐을 뿐 범죄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 여성이 사건 당시 방문자로 착각해 오씨에게 스스로 문을 열어준 점, 반항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씨가 피해여성을 실제 채팅앱에 글을 올린 여성으로 볼 여지가 있었던 점 등이 판단 이유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오씨의 범행당시 행위를 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익명 채팅앱에서 상식적이지 않은 성관계를 원한다는 여성의 글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부자연스럽습니다.
 
이 때문에 항소심에서는 오씨의 미필적 고의, 즉 오씨가 범행 당시 과연 이런 사정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두번째는 법원의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오씨가 자신의 행위를 실제로 '상황극'으로 알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피해여성의 반항이 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 판례를 보면, 강간시의 폭행협박에 대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면 충분하고, 반드시 피해자가 당시 사력을 다해 반항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1심 판단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저희 <뉴스토마토> 법썰팀은 이번 '상황극 강간' 사건 재판을 바짝 따라붙어 그 전말을 시청자 여러분께 전해드리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이번 사건을 잘 알고 있는 변호사들과 함께 보다 더 깊이 들어가보겠습니다.
 
법썰 외전이었습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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