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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결백’ 신혜선, 알고 봤더니 그 영화 속 키스신 주인공?
안방극장 ‘시청률 퀸’ vs 스크린 조단역 전문…데뷔 첫 주연 ‘결백’
아버지 적극 추천 ‘결백’ 출연 결심…“덤덤한 전개 마음에 와 닿아”
2020-06-14 00:00:00 2020-06-14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우선 영화만 놓고 본다면 이 장면이 첫 번째다. 영화 ‘검사외전’에서 강동원과 비상계단에서 돌발 키스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여배우. ‘검사외전’ 유일한 베드(에 누워 있던)신 여배우. 바로 신혜선이다. 책상에 앉아 있던 한 장면, 그리고 비상계단 키스신, 다음 장면에서 잠에 취한 모습. 이 세 장면이 ‘검사외전’ 속 신혜선의 몫이었다. 사실 드라마에선 여러 편의 주연과 조연을 거듭했지만 스크린에서의 검증은 이 정도였다. 그리고 4년 뒤, 신혜선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등장했다. ‘아직은 무리가 아닐까’란 의구심은 분명 든다. 신혜선이란 배우의 낯선 모습도 그렇다. 물론 신혜선을 받쳐주는 배종옥 허준호 두 베테랑의 든든함이 있다고 해도 어딘가 모르게 못미더운 구석이 많아 보였다. 당연히 ‘결백’을 보고 난 뒤 이 영화로 데뷔를 한 박상현 감독의 안목에 ‘칭찬+사과’를 전하고 싶을 정도다. 이른바 ‘딕션 요정’으로 불리는 신혜선이 아니고선 ‘결백’의 ‘안정인’은 결코 상상이 안 되는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배우 신혜선. 사진/키다리이엔티
 
다른 여러 질문보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접근부터 시작했다. 신혜선은 영화계에선 분명히 낯선 이름이다. ‘결백’을 연출한 박상현 감독은 이번 영화가 데뷔작이다. 신인과 신인의 만남이다. 굳이 배종옥 허준호 두 대선배의 출연이 신혜선을 ‘결백’으로 이끌어 가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됐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 영화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농약 막걸리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여러 이유가 많이 있었죠. 그런데 그 중에서도 제일 눈에 띄었던 것은 어떤 비밀을 추적하고 밝혀가는 과정이 드라마틱하다기 보단 굉장히 덤덤하게 다가서더라고요. 과하지 않았다고 표현해야 옳을까. 그 점이 가장 눈에 들어왔어요. 특히나 아버지가 적극 추천해 주셨어요. 일 얘기는 아버지와는 거의 하지 않는데, 아버지가 이 영화 시나리오를 집에서 읽어보시고 ‘우리 딸이 이 영화에 출연하는 걸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용기를 얻었죠.”
 
다음 영화 ‘도굴’도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신혜선에겐 ‘결백’이 데뷔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아직도 포스터 속 자신의 커다란 얼굴과 스크린을 가득 채운 모습이 어색하단다. 딱 데뷔 직전 신인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때의 기분이 지금의 기분이라고. 그렇게 두근거리며 개봉 준비를 했던 영화가 ‘코로나19’로 인해 두 차례나 개봉이 연기됐다. 사상 초유의 상황이었다.
 
배우 신혜선. 사진/키다리이엔티
 
“우선 주연 데뷔를 말씀 드리면 울렁증까지 생겼어요(웃음). 데뷔 초 매체에 제 얼굴이 나올 때 그 모습을 보면 이상하고 그랬는데. 요즘 아침에 눈 뜨면 긴장이 되고 죽겠어요. 하하하. 사실 두 번이나 연기됐을 때 걱정했죠. 매일 확진자 수를 검색했어요. 그런데 이게 저만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고 전 세계가 고통 받는 일이잖아요. 개봉이 밀려 걱정이 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안전하게 잘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커졌죠.”
 
신혜선이 ‘결백’을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앞서 언급한 시나리오의 전개 방식이다. 그리고 박상현 감독이 자신을 믿어 준 것이 또 있다. 덧붙여서 드라마 ‘비밀의 숲’을 통해 자신을 눈 여겨 본 박 감독이 캐스팅을 했단 점과 함께 자신도 ‘비밀의 숲’ 출연이 이 영화에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인정했다. ‘결백’을 밝혀야 하는 입장에서 ‘비밀의 숲’ 은수나 영화 ‘결백’의 정인이나 같은 지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밀의 숲’ 은수 역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감독님도 ‘비밀의 숲’을 보고 절 눈 여겨 보셨다고 하셨는데 감사하죠. 사실 은수나 정인이나 제가 억울한 일을 아직까지 당해 보지 않아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아요. 그래서 은수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정인도 못했을 거 같아요. 은수나 정인이나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백을 위해 사건에 부딪치는 모습에서 배운 점도 많아요.”
 
배우 신혜선. 사진/키다리이엔티
 
쉽지 않은 영화였고, 쉽지 않은 배역임에는 분명했다. 그래서 신혜선이 연기한 ‘정인’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두 인물이 있다. 정인의 엄마 ‘화자’를 연기한 배종옥, 그리고 정인의 반대편에서 그를 괴롭히는 ‘추인회 시장’을 연기한 허준호다. 자타공인 최고의 연기자이면서 최고의 선배다. 또한 연예계에선 무서운 선배로 정평이 나 있는 두 선배이기도 하다.
 
“하하하. 정말 무서웠죠(웃음). 사람으로 무섭다기 보단 부담감이었어요. 두 분은 제가 배우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배우를 하신 분이고. 두 분께 피해가 가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부담이 너무 컸어요. 하지만 막상 겪어 본 두 분은 너무 따뜻하세요. 두 분다 영화를 위해 모든 걸 내려 놓으셨어요. 배종옥 선배님의 분장을 보고 진짜 엄마를 떠올렸고, 허준호 선배님의 비릿한 표정에서 진짜 화가 끓어 올랐다니까요. 그 내공이 정말(웃음).”
 
이번 영화에서 신혜선이 연기한 정인의 직업은 변호사다. 별다른 액션이 필요 없을 것 같지만 아주 격한 액션 장면이 두 군데 정도 된다. 놀랍게도 이 장면 모두가 직접 신혜선이 소화했다. 첫 번째는 정말 격한 액션이다. 이른바 ‘막싸움’ ‘개싸움’으로 불릴 정도다. 두 번째는 액션이라기 보단 구타를 당하는 장면이다. 신혜선은 당시를 떠올리며 웃은 뒤, 두 장면 중 한 번 큰 사고가 날 뻔 했다고 귀띔했다.
 
배우 신혜선. 사진/키다리이엔티
 
“사실 큰 사고는 아닌데(웃음). 가볍게 뇌진탕 증세라고 할까. 첫 번째 집안에서 막싸움을 벌일 때 사고를 당한 줄 아시죠. 하하하. 사실 첫 번째 막싸움은 상대 배우와 합이 정말 잘 맞아서 너무 멋지게 잘 나왔어요(웃음). 나중에 감독님이 ‘무슨 변호사가 이렇게 잘 싸우냐’고 하셔서. 다시 찍은 장면이에요. 그런데 두 번째 장례식장에서 빰 맞는 장면에선 제가 모르고 순간적으로 목에 힘이 풀리면서 날라갔어요. 하하하. 상대 배우 분이 얼마나 미안해 하시는지. 그리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당시는 감독님도 놀라시고 모두가 놀라서 그날 촬영 접을 정도 였어요.”
 
영화 주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안방극장에선 시청률 퀸이다. 지상파 케이블을 넘나들며 히트작만 도맡아 해왔다. ‘신혜선=시청률 상승’이란 공식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유독 영화와는 인연이 없었는지 이제야 스크린 주연 데뷔작 신고식을 치르게 됐다. 그래서 그가 이제 데뷔한 신인으로 알 듯 싶다. 2013년 ‘학교 2013’으로 데뷔했으니 중고참 배우다.
 
배우 신혜선. 사진/키다리이엔티
 
“어휴 무슨 말씀을(웃음). 아직 전 새파란 신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트라우마가 있어요. 항상 첫 촬영을 가장 긴장을 해요. 오히려 마지막 촬영으로 갈수록 긴장이 많이 풀리고 그 안에 내가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 커져요. 적당한 긴장감도 좋지만 처음에 항상 너무 긴장을 해서 지금도 모니터링을 하면 참 민망해요. 운이 좋게 안방극장에선 좋은 작품들을 만나서 좋은 평가를 받아 왔는데. 이번에 ‘결백’으로 그런 분위기가 이어져 갔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물론 요즘 같은 시기에 극장에 와주십사 말씀 드리는 것도 죄송하지만 마스크 잘 쓰시고 시간 되시면 ‘결백’ 한 번 보러와주세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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