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삼성전자가 인도 정부의 높은 관세로 인해 현지 TV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옮겨간 가운데, 효율적인 라인 운영 방침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회사 측에서는 인도 정부의 관세 부과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지 정부의 과세 방침에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이코노믹타임스 등 인도 매체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대만의 가전 업체인 폭스콘 등과 인도 TV 생산라인의 주요 라인업인 42형의 운영에 대해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삼성전자 측에서는 고율 관세로 인한 이윤 감소를 고려해 인도 TV 생산라인에 대한 재투자를 원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 정부는 자국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기조에 따라 패널 등 TV 주요 부품에 대해 관세를 최대 20%까지 부과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현지 TV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아직까지 운영 방침에 대해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TV 생산 물량의 대부분은 인도와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베트남으로 이전해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인도 정부가 기존에 무관세였던 휴대폰 디스플레이 패널에 대해서도 신규 관세 부과를 앞당기겠다는 내용을 고지했다가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하는 등 인도를 떠나는 외산 기업들을 붙잡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베트남으로 옮긴 TV 생산물량을 다시 인도로 돌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삼성전자 모델들이 인도에 출시될 2019년형 QLED 8Kㆍ4K 라인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인도 정부의 당초 일정에 맞춰 내년 4월 생산 가동을 목표로 현지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패널 설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라인 효율성을 고려해 현지 인기 라인인 24형, 32형, 42형의 생산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베트남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까지 베트남에서만 생산하고 있지만 인도 TV 생산라인도 빼지 않았다"며 "다른 품목으로 대체되거나 하지도 않고 중단돼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언제 다시 재개할 지 모르기에 물량만 이전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도 가전제품 시장 규모는 약 10조원대로, 연평균 성장률 6~7%에 달하는 잠재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다만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에 따라 고율 관세에 대한 부담과 정책의 변화가 잦은 편이어서 업체들에서는 높은 불확실성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각개 각국의 다양한 업체들이 현지 관세를 피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인도 지역 관계자는 "인도 같이 단기간에 관세를 급격하게 높인 사례가 일반적이지는 않으며, 삼성 뿐 아니라 현대차 등 여러 국내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가오는 5월 선거를 앞두고 모디 총리가 자국을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지난해 이 같은 기조를 보여준 점도 없지 않아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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