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권안나 기자] 국내 전자업계가 크게 휘청였다. 2018년 4분기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도 예상치를 크게 하회한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2년 동안 이어졌던 반도체 슈퍼호황이 끝난 데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도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데 따라서다.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역전쟁은 국내 대표기업들의 올해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으로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을 올렸다고 8일 공시했다.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년 같은 기간(65조9800억원)보다 10.6% 줄었으며, 전분기(65조4600억원)보다도 9.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년 전(15조1500억원)에 비해 28.7% 줄었고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전분기(17조5700억원)보다는 무려 38.5%나 축소됐다. 분기 영업이익이 14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 2017년 1분기 이후 7분기만이다. 이는 증권가가 예상한 4분기 실적 전망치(에프앤가이드) 매출 63조3994억원, 영업이익 13조5394억원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수익성의 지표가 되는 영업이익률도 18.3%로 2016년 4분기 17.3%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4분기 실적 쇼크로 인해 연간 영업이익 60조원 달성도 좌절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누적 영업이익이 48조원에 달하며 연간 영업이익이 6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전사 영업이익의 80%를 담당하던 반도체 사업이 4분기 들어 둔화되기 시작했다. 반도체 슈퍼호황을 이끈 D램 가격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하면서 전사 영업이익도 역성장의 길을 걸었다. 업계가 우려했던 ‘반도체 편중’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지적이다.
LG전자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 아래로 급락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이날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15조7705억원, 영업이익 753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 분기 15조4271억원 대비 2.23%증가했으며, 전년 동기 16조9635억원 대비 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7488억원보다 89.94%, 전년 동기 3669억원보다 79.5%나 감소했다. 당초 증권사들이 예측한 매출 16조5337억원, 영업이익3981억원을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영업이익률은 0.48%로 1% 이하로 급감하며 수익성 역시 크게 하락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끝내 3조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LG전자는 2018년 연간 61조3399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전년(61조3963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2조4685억원 대비 9.5% 증가한 2조7029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LG전자의 실적 부진은 전체 실적을 이끄는 가전 사업이 계절적 비수기를 맞은 가운데 4분기 TV 성수기 등으로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흥국 수요 부진과 환율 약세 등 대외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15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 유력한 모바일 사업본부의 적자폭 확대가 전사 실적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 4분기 영업이익의 부진 원인은 전적으로 MC사업부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며 “V30 이후 제품력은 선두 업체들과 동등해졌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입지를 회복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대 전자기업이 줄줄이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여타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SK하이닉스는 4분기에 4조원대로 이익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발 액정표시장치(LCD) 업황 하락에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LG디스플레이는 연간 기준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인해 애플에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하고 있는 LG이노텍의 전망도 어둡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에 이어 삼성도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중국 경기 둔화와 전 세계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왕해나·권안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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