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었다. 수년간의 특허소송도 불사했던 ‘라이벌’ 삼성전자와 애플이 TV와 OTT(Over-The-Top) 분야에서 손을 맞잡았다. 스마트폰 및 TV 시장이 정체 국면에 들어서고 중국 업체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윈윈’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6일(현지시간) 애플과 협력해 스마트TV에 아이튠즈 무비&TV쇼(이하 아이튠즈)와 에어플레이2(AirPlay 2)를 동시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업에 따라 새롭게 출시되는 삼성 스마트TV나 2018년 상반기 출시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은 삼성 스마트TV를 보유한 소비자들은 올해 상반기부터 별도의 기기 연결 없이도 아이튠즈와 에어플레이2 기능을 TV에서 즐길 수 있게 됐다.
삼성 스마트TV 사용자들은 아이튠즈 비디오 앱을 통해 아이튠즈 스토어가 보유한 초고화질(4K) HDR 영화를 비롯해 수만 편에 이르는 다채로운 영화·TV 프로그램을 구매해 TV 대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다. 개인 아이튠즈 라이브러리에 저장된 콘텐츠도 손쉽게 TV와 연동해 시청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애플 운영체제의 콘텐츠가 삼성전자 TV 속으로 들어간다는 얘기다. 이원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이번 애플과 삼성전자의 전략적 협력은 소비자의 관점에서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운영체제(OS)나 제품의 차이를 넘어서는 개방형 파트너십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스마트TV에 들어간 에어플레이. 사진/삼성전자
아이튠즈가 애플 이외 다른 회사 기기에 탑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이 아마존 알렉사에 연동되는 에코 스피커 등에 애플뮤직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한 적은 있지만 아이튠즈가 타사 제품 속으로 들어간 적은 없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과거에는 애플과 삼성이 손을 잡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면서 “애플이 타사와 협력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삼성전자와 애플의 협업은 놀랄만한 변화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 2011년부터 무려 7년 동안 아이폰 및 아이패드 디자인 특허를 두고 법정다툼을 벌였다. 애플은 삼성전자를 특허권 침해로 기소해 수백만 달러의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애플이 당초 요구했던 10억달러에는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 배상금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양사는 2018년 합의를 본 이후 특허권 분쟁을 더 이상 벌이지 않고 있다.
정보기술(IT) 양대 산맥이 싸움을 벌이는 동안 업계는 급변했다. TV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까지 3년 연속으로 줄어들었고 스마트폰 시장 역시 지난해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할 위기에 처했다. 중국 업체들은 턱 밑까지 쫓아왔다. 중국 화웨이는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처음으로 애플을 제치며 글로벌 2위 스마트폰 업체(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출하량 기준)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TV업체 하이센스와 TCL은 일본 업체들을 밀어내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뒤를 이어 3,4위 싸움이 치열하다. 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워 신흥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세를 넓힌 덕분이다.
최근 애플이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를 하향하며 부진에 빠진 것도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택한 이유라는 분석이다. 지난 2일 애플은 2019년 회계연도 1분기(한국 기준 2018년 4분기)의 매출 전망치를 840억달러(94조3000억원)로 애초 전망치보다 5∼9% 낮춰 잡았다. 팀쿡 애플 CEO는 “전망 수정의 주요한 이유는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중화권에서 발생했다”면서 “중국 경제 환경이 미국과의 무역 마찰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같은 분기 애플의 콘텐츠 부분 매출은 108억달러(12조900억원)로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애플은 콘텐츠 확산의 동반자로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에서 협업한 경험이 있고 TV분야에서 13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할 만큼 하드웨어 경쟁력이 견고한 삼성전자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진 문스터 애플 담당 애널리스트는 “아이폰 판매가 둔화되는 등 하드웨어 분야에서 애플의 후퇴가 뚜렷하다”며 “애플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콘텐츠 및 서비스 분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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