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권안나 기자] 전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업황 둔화와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원가절감과 기술 초격차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는데 뜻을 모았다.
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업체 CEO들은 위기의 인식과 기술 선도를 통한 한 단계 도약을 올해 목표로 삼았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10년 전에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IT 기업으로 도약한 것처럼 올해도 초일류 초격차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자”고 강조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도 “새해를 맞는 설렘과 함께 우리가 직면한 현실로 인한 긴장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그럼에도 “우리가 마주한 상황을 ‘위기’라는 단어로 표현하지 않겠다”면서 “3년 뒤 시가총액 100조, 기술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CEO들이 언급했듯이 최근 2년 이상 ‘슈퍼호황’을 누린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올해 성장세가 확연하게 꺾일 전망이다. 국내 기업의 주력 품목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하락세로 반전됐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올해 1분기 각각 전분기보다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부터)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사진/각 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 미세공정과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해 침체기 극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김 부회장이 제시한 법고창신 사자성어처럼 기존 메모리 기술력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한편,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안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10나노급 비중을 70% 이상으로 늘리는 한편 3세대 공정 개발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캠퍼스에 구축 중인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을 차세대 D램 미세공정에도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는 7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무기로 주요 반도체 설계업체들과의 협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도 공정 미세화와 수율 램프업 속도 향상을 통해 원가 절감에 집중해야 한다는 과제를 내세웠다. 극자외선(EUV)를 포함한 핵심 공정 기술과 요소 기술을 확보하고 생산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세대 10나노급 D램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1분기부터는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완공한 청주 M15 공장에서는 5세대 96단 낸드플래시 양산하는 등으로 기술 혁신을 일군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에 성공한 만큼, 올해는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신규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삶이라는 가치를 제공하고, 성장과 변화를 통해 지속 성장하는 기업으로 도약하자”며 이 같은 목표를 제시했다.
주력 사업에 대해서는 ‘고객의 눈높이를 뛰어넘는 가치’를 강조하며 올해에도 프리미엄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1조5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특히 연간 수익성 측면에서는 ‘꿈의 영업이익률’ 8%를 달성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서는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는 방침이다. 조 부회장은 이와 관련 “임직원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남다른 생각을 갖고 불가능에 도전해야 한다”며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도전을 독려했다. LG전자는 올해에도 가구가전 브랜드 ‘오브제’, 캡슐맥주 제조기 ‘LG 홈브루’를 비롯 미래 먹거리인 로봇, 자율주행 등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설 방침이다.
왕해나·권안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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