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침몰 3년…해운 코리아 재건은 여전히 '막막'
해운업 재건안, 현대상선에만 집중…"원양·근해 선사 아울러야"
2018-08-29 18:42:22 2018-08-29 18:42:22
[뉴스토마토 양지윤·조승희 기자] 한진해운 몰락 이후 선박 신조 프로그램 마련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등 정부가 지속적으로 해운업 재건 방안을 내놨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사업 진행이 더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또 해운업 재건안이 '현대상선 살리기'에만 치우쳐 있어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지역을 실핏줄처럼 연결하는 근해 선사들이 정책 지원에서 소외받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한국선주협회는 29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지난달 5일 출범한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해운업 재건을 다짐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양측은 이번 업무 협약에 따라 친환경·고효율 선박 확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동성 지원, 친환경 설비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등에서 보조를 맞추게 된다.  
 
해양진흥공사의 설립과 해운업계와의 공조 체제 구축은 한진해운이 침몰한 지 3년 만에야 나왔다. 앞서 한진해운은 채권단으로부터 기존 자구안 외 추가적으로 자금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2016년 8월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시장은 예상 밖의 정부 초강수에 말을 잃었고, 그 배경을 놓고 조양호 한진 회장이 최순실씨에게 미운 털이 박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다음날 법원이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하면서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데 이어 국내외 물류시장 마비 사태로까지 번졌다. 국내 해운업계의 신뢰도 바닥으로 추락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두 달 만에 해운업에 총 6조50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듬해 5월 19대 대선 직전까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두 차례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거듭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이 마비되면서 해운업 재건 방안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해운업 재건안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보완작업을 거쳤다. 새 정부는 기존 안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선박해양, 한국해양보증보험 등을 통합한 해양진흥공사를 올해 7월 설립하며 설욕전에 나섰다.
 
문제는 문재인정부가 해운업 재건안을 보완하는 동안 글로벌 선사와 현대상선 간의 몸집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데 있다. 프랑스 해운분석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선복량(화물적재량)은 현재 41만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다. 이는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402만TEU)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선복량은 컨테이너 선사들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다. 컨테이너선사들은 선복량과 해외 터미널의 보유 규모에 따라 수익성이 판가름 난다.
 
해양진흥공사가 당장 쓸 돈이 없다는 점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신조 발주하기로 했으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의 초기 자본금이 대부분 현물출자로 이뤄져 있어 자금 조달과 보증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운업 재건안이 현대상선 지원으로 획일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과 동남아를 오가며 물류 운송을 담당하는 근해 선사에 대한 지원도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의 선박 발주 지원이 현대상선에만 치우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근해를 오가는 선사들 역시 오는 2020년부터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대응해 선박을 확보해야 하지만 오랜 기간 지속된 해운업 불황으로 재무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근해 선사들이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 '전문성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산업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산업통상자원보다 예산 집행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입김이 더 강해 산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자는 현장 목소리가 힘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해운업계 전문가는 "중국과 동남아를 오가는 중견 선사들의 역할도 중요한데, 정부가 원양선사만 집중 지원하는 것은 전체 물류의 흐름을 관리하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원양과 근해 선사들을 아우를 수 있는 정책 마련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지윤·조승희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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