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안정자금 신청률 94% "생존절벽 자영업자 지원 확대해야"
집행률 대비 신청률 월등…"구조개혁 사각지대 보완 시급"
2018-07-24 17:32:15 2018-07-25 09:08:24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률이 30% 초반대에 머물면서 실효성 논란이 커졌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오히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집행률은 낮지만 신청률은 올해 목표에 근접한 만큼 지원자에 비해 자금 규모가 작다는 이유에서다. 장기적인 경제구조 개혁을 통해 소상공인 지불능력이 개선되기까지 한시적인 지원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는 취지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일 기준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률은 94.1%에 달한다. 올해 예산(2조9294억원)에 해당하는 대상자 236만명 가운데 222만명이 신청을 완료했다. 이 중 67%인 147만명에게 자금이 집행되고 있다. 반면 집행률은 31%에 머물러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3일 중기부 출범 1주년 간담회에서 "신청률이 높기 때문에 집행률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부 역시 연말에 이르면 집행률과 신청률 격차는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월급 190만원 미만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에 노동자당 매월 13만원씩 1년 간 지급하는 제도로, 영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경영 부담을 줄이고 저임금 노동자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도입됐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16.3%로 결정되면서 지불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영세 사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각에서는 정부 재정을 통한 임금보전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지불능력이 한계에 달한 자영업자에게 한시적 지원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 개편을 통해 소상공인 이익을 확대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반면 최저임금은 매년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미룰 수 없는 과제인 만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떠안는 영세 자영업자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대료 문제는 법이 통과돼야 하지만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가맹수수료를 비롯한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역시 전면적인 공정거래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 중심의 경제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한 가지 문제로 해결될 게 아니라 여러 문제가 동시에 해결돼야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안그래도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임금 문제가 가중되면서 생존절벽에 내몰린 자영업자를 위한 한시적인 재정정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 역시 일자리 안정자금 규모와 지원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지원 기준인 월 임금 190만원을 초과할 경우 대상에서 제외돼 저임금을 고착화시키는 한편 4대보험 의무가입으로 인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태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회장은 "소상공인 고용 근로자 중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럴 경우 월급 200만원을 넘기도 한다"며 "고용하는 입장에서 지원금을 받으려면 임금을 낮추기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게 돼 결과적으로 임금 인상 효과를 볼 수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영세 사업자에게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에 대해서도 "한 번 근로자를 고용하면 보험료는 계속 나가는데 올해 한시적으로 건강보험료 50%를 지원하고 있어 자영업자 입장에서 불안 요인"이라고 말했다.
 
8월 말 정부 예산안 국회 제출을 앞두고 노동부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등을 고려해 내년 예산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작년 말 국회가 3조원 내로 예산 집행할 것을 부대의견으로 제출한 만큼 예산 확대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터뷰에서 일자리 안정자금 축소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김 부총리 발언이) 정부 공식 입장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저임금 근로자에만 지원하는 부분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무한정 예산을 투입할 수 없는 측면이 있어 종합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올해 200만명 넘게 신청했고 고용 유지 등의 효과가 있는 데다 1년 만에 지원금을 끊기도 애매해 연착륙시킨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개선을 포함한 예산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느 나라든 사업주에 인건비 지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최저임금 인상률에 영세 사업자들이 적응하는 환경이 마련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쓸 수 있는 정책"이라며 "다만 지원받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4대보험에 가입돼 있어야하는데 비공식 노동을 줄인다는 정책 목표가 있겠지만 지원하고 도로 뺏는다는 조삼모사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일시적으로 사회보험을 면제하거나 부담분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제도가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은 교수는 "영세한 자영업자 가운데 상당수는 고령층으로, 낮은 인건비에 기대 근근히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 안전망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계에 내몰려 창업에 나선 경우가 적지 않은데 기초연금 확대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과다 경쟁을 해소하고, 동시에 경쟁력 있지만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은 재정을 투입해 자리잡을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 방문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일자리지원팀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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