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통상임금 소송 결과를 가를 신의성실의 원칙이 오락가락하게 적용되면서 노사 모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하급심 법원이 경영상황을 확대해석, 무리하게 신의칙을 인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때문에 노사간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신의칙의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3일 현재 대법원 판결만 남은 통상임금 소송 중 6건은 신의칙 인정 여부가 핵심이다. 이중 시영운수 통상임금 소송은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 3년째 선고가 미뤄지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3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이후 현재까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기아차 노조가 통상임금 1심 소송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 나오고 있다. 1심은 노조가 승소했다. 사진/뉴시스
이로 인해 통상임금 소송 하급심에서 신의칙 적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은 노동자의 임금청구권 여부를 결정짓는 쟁점이다. 체불임금 지급으로 기업이 운영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재정적 부담을 지면 신의칙이 적용된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 요건인 고정성·일률성·정기성을 갖추면 법원이 신의칙 적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때문에 노사는 하급심 판결에서 신의칙이 어떻게 적용될지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신의칙을 놓고 엇갈린 판례들도 속속 쌓이고 있다.
울산지법은 지난달 30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을 적용했다. 노조가 낸 통상임금 대표소송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현대중공업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신의칙 적용 이유다.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지 않은 이유로 재판부가 상여금의 통상임금 여부에 대한 판단을 미루면서 논란은 커졌다. 1심과 2심 모두 현대중공업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2심에서는 상여금 800% 중 700%가 인정됐다.
반면 경영상 어려움을 겪지만,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은 판결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600%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 미지급된 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61개 사내하청 중 상당수는 적자경영을 하는 곳이었지만,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사내하청이 원청과 협상해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통상임금 소송. 이들 소송은 신의칙이 쟁점이다.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지난해 8월 광주고법은 금호타이어 노사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을 인정했다. 하지만 같은 달 서울중앙지법은 기아차 노사 소송에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이 기업의 경영상황을 판단하는 시점도 판결마다 다르다. 현재의 경영상황을 판단해 신의칙을 적용한 판결도 있고, 임금이 체불된 시기로 본 판결도 있었다. 소송마다 신의칙이 다르게 적용되면서 산업현장의 혼란은 가중됐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신의칙에 대한 세부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통상임금 소송 중인 기업 35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업들은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통상임금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신의칙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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