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여기 모인 소상공인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에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당장 타격을 입는 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 주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14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개최한 '소상공인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 참석한 이종묵 세븐일레븐 편의점협의회 운영위원은 중기부를 비롯한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소상공인 피해 최소화를 위해 마련된 일자리 안정자금이 "탁상정책에 불과하다"며 이 같이 비판했다.
이 위원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중 4대 보험에 드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정부는 고용보험 가입자에 한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기 위해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알바생들에게 말하면 '얼마 안되는 알바비에서 세금까지 떼야 하냐'고 반문한다. 매번 이런 식의 정책이 반복되는데 제대로 지원받은 경험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소공연의 최승재 회장 역시 "정부가 소상공인 생존 대책을 내놓지 않고 일방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영향으로 소상공인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는데, 올해도 작년만큼 오른다면 사업을 접으라는 얘기나 다름 없다"며 "최저임금 제도 개선과 함께 종합적인 소상공인 지원대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상여비와 숙식비 등 근로자 한 명을 고용하기 위해 당연히 들어가는 고정비용은 반드시 산입범위에 포함돼야 한다. 영국과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상여금과 숙박비를 산입범위에 포함시키고 있고, 미국·일본도 숙식비를 포함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화도 세계적 추세"라고 지적했다.
소공연은 11일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비판의 각을 세운 바 있다. 이날 소공연 관계자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 소공연 부회장 두 명이 위촉됐지만 이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양보로 가능해 반쪽짜리"라며 "정부가 소상공인을 주요 사용자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주요 경제주체 중 하나인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소공연이 임시로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데서 나아가 최저임금 산정의 주체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국회 공전으로 논의가 지연되는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에 대해서도 처리를 촉구했다. 최 회장은 "소공연은 지난 3월19일부터 두 달 가까이 특별법 처리를 위한 릴레이 1인 시위와 함께 주요 정당 대표를 방문하는 등 의지를 드러냈지만 국회는 정쟁을 이유로 소상공인들의 염원을 외면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로부터 최소한의 울타리를 만들어 소상공인 간의 건전한 경쟁을 통해 경제 생태계를 만들자는 요구를 무시하는 정치권을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소상공인들은 현실을 반영한 최저임금 제도 개선과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즉시 처리 외에도 ▲카드 수수료 인하 및 단체협상권 보장 ▲소상공인 영업권 보호를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소상공인 기본법 제정 등 5대 소상공인 현안 과제 해결을 국회와 정치권에 촉구했다.
최 회장은 "코스트코는 삼성카드 수수료율이 0.7%인 데 비해 많은 중소 자영업자가 속한 연매출 5억원 이상 사업자는 최고 2.5% 수수료율을 내고 있어 대기업보다 3배 넘게 부담하고 있다"며 "주요 선진국은 물론 중국도 1.25% 수준의 수수료를 내는 점을 감안해 영세·중소가맹업자의 연 매출기준을 5억원까지 늘리고, 이에 대해 카드수수료 0.5%를 일괄 적용하는 등의 대책과 함께 소상공인 단체가 가맹점 수수료 협상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회장은 장관급으로 격상된 중기부가 소상공인 관련 정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회장은 "소상공인의 생계가 걸린 문제들이 산적했는데 중기부가 이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금처럼 중기부가 소상공인을 외면하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소상공인청을 따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 바른미래당 이언주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정치인들은 소상공인들의 요구를 국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준표 대표는 "우리나라는 소상공인이 700만명에 달해 세계 유례가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은 조직화가 안돼 있어 소외돼왔다"며 "가족까지 2000만명의 이해당사자들이 힘을 합치면 선거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세력이 될 수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약속하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에 이어 단상에 올라선 이정미 대표는 "홍 대표가 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회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자유한국당은 4월 국회를 못 열게 한 데 이어 지금도 농성을 이어가며 법안 처리를 방해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재벌보다 더한 특혜를 달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고 최소한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회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인 본회의 처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14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소상공인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집회 참석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소상공인연합회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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