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조동철 한국은행 금통위원이 최근 물가상황과 관련 "기조적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인 2% 부근에 안착돼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 금통위원은 9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본관에서 '인플레이션과 금리, 그리고 물가안정목표제'라는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은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담보하는 필수조건이며, 기대인플레이션이 확고히 안정돼 있어야 기준 명목금리 조정이 실질금리의 변화로 이어지며 실물경제에 의도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금통위원은 "4월 근원물가(전년동기대비) 상승률 1.4%는 아직은 낮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화완화의 정도 축소 시기가 저울질 되고 있는 가운데 통화정책 유효성 측면에서 아직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금통위원은 특히 2013년 이후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낮아진 명목금리를 기준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할 경우 '의도하지 않은 긴축'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국채금리-물가연동국채금리)는 2012년 3% 수준에서 유지되다가 2013~2014년 급락기를 거쳐 2015년 이후 1%를 하회하고 있는데, 이는 채권시장 참여자들에게 2%대의 명목금리도 적절한 실질 수익률을 제공하는 '정상적인 금리'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은 과거 통화정책 결과에 기인한다는 설명이다. 조 금통위원은 "통화당국이 거시경제를 효과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인플레이션 변동보다 더 큰 폭으로 조정해야 하는데, 기준금리 인하폭이 (기대)인플레이션 하락폭보다 작을 경우 명목금리의 하락에도 실질 기준금리가 오히려 상승해 긴축적인 정책기조가 형성되고 그 결과 (기대)인플레이션이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0년 이후 근원물가 상승률(기조적 인플레이션)은 물가안정목표 수준에서 밑돌고 있는데 기준금리가 근원물가 상승률을 상당폭 상회하면서 실질 기준금리가 높아졌고 이는 긴축적 정책기조와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단 2013년에는 테이퍼 텐트럼(긴축발작)으로 자본유출 우려가 컸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더 내려가기 어려웠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 금통위원은 이같은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은 장기금리 하락에도 영향을 줘 통상 0%~장기금리 수준 사이에서 운용되는 통화정책 여력도 줄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금통위원은 "기대인플레이션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수준에서 고착화될 경우 이를 변경시키고자 하는 정책은 작지 않은 경제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라며 디플레이션 기대 탈출에 고군분투하는 일본 등을 사례로 들었다. 일각에서는 현재 2%인 물가안정목표를 상향조정해 (기대)인플레이션과 장기금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물가목표를 자주 바꾸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 금통위원은 "물가안정목표는 기조적 물가흐름에 대한 준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방향을 안내하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며 "아직 기조적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인 2% 부근에 안착돼 있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우리의 경우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통화당국의 약속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동철 금융통화위원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출입기자 오찬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과 금리, 그리고 물가안정목표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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