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일 통화스와프, 시기의 문제"…논의 재개 전망
"지금은 물가보다 소비·투자 등 실물지표 집중"
"남북경협 확대시 한은, 통계인프라·지급결제시스템 대응 중요"
2018-05-06 09:00:00 2018-05-06 09:58:20
[마닐라=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소녀상 설치 문제로 중단됐던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을 내비쳤다. 청와대도 오는 9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계기가 만들어지면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한일 통화스와프 논의 재개를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모습이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4일 오후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필리핀 마닐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치적 이유로 (한일 통화스와프 협의가) 중단돼있지만 한중 통화스와프도 연장에 합의했으니, 자연스럽게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작년 10월) 한중 통화스와프연장 합의도 사드 논란이 한창일 때였다. 통화스와프는 경제적 논의로 중앙은행의 경제협력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게 우리 스탠스고, 이를 더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과 일본이 통화스와프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점도 한일 통화스와프 논의 재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 열도 문제로 관계가 악화됐고, 금융협력에도 차질을 빚어왔다.
 
이 총재는 "우리가 캐나다, 스위스 등 주요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은 점도 한일 통화스와프 논의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시기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전에 비해 통화스와프 체결 상대국으로서의 위상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은 2015년 2월 통화스와프 계약 만료 후 2016년 8월 다시 협상을 재개했으나, 주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문제로 외교·정치적 갈등을 겪으며 2017년 1월 논의를 중단한 상태다.
 
평소 특정 국가와의 통화스와프 체결 문제에 있어 "상대방이 있어 예단해 말하기 어렵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었던 이 총재의 화법을 감안하면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지난 4일 한중일·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 "한일 고위급회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고위급회담이) 본격화하는 계기를 마련하면 언젠가 통화스와프까지 협의가 될 것 같다"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다만 일본의 경우 통화스와프 체결에 있어 재무성의 권한이 크다는 점이 향후 일정에 제약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작년 1월 한일 위안부 합의와 통화스와프를 연관 지으며 "(위안부 합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빌려준 돈도 돌려받지 못할 것이며, 스와프가 지켜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라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 총재는 최근 기조적인 물가흐름과 관련해 "수요압력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고, 중앙은행들의 고민"이라며 "분명 경기가 괜찮아서 임금과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해 올릴 수 있겠는데, 물가가 안 오른다. 한국은행도 그런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1.6%가 서프라이즈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4월에 했던 물가 전망에서 바뀐 것은 없다"며 "통화정책에 있어 물가는 6개월, 1년 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유가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추세로 간다면 물가를 올리는 효과는 있겠지만 셰일가스로 어느 정도 상단이 있기 때문에 우리 성장과 물가 전망을 큰 폭으로 수정해야 할 만큼 더 오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 의사결정에 있어 가장 주시하고 있는 데이터로 소비, 투자 등 실물지표를 꼽았다. 그는 "물가는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 물가보다는 소비, 투자, 관광객, 고용 등 실물 데이터를 먼저 본다"고 말했다. 관광객 추이는 한은 조사국 차원에서 상당히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한 달을 제외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근원인플레이션(식료품·에너지 제외)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2%)를 크게 밑도는 1% 초중반대 흐름을 보이자 한은 기준금리 인상 여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에 대해 이 총재가 "아니다"라는 답을 다시 한 번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전망대로 3% 성장세가 유지되고, 물가도 2%대로 수렴할 경우 (기준금리를) 그대로 끌고 가면 금융불균형이 생긴다.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조금 더 커지면 모르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올릴 수 있을 때는 올려야 한다"며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보며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과 관련 한국은행이 할 수 있는 역할로는 '통계 인프라 구축'과 '지급결제시스템의 적용'을 꼽았다. 이 총재는 "북한경제실을 중심으로 북한 연구를 적지 않게 해왔지만,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며 관련 조직을 당장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한 기술혁신이 고용창출과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 부담이 된다는 견해도 밝혔다. 이 총재는 "1차, 2차 산업혁명은 분명히 이득이 더 컸다. 초기에는 러다이트 운동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몇 배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3차 산업혁명도 그럴 것이냐는 물음표가 있었는데, 그 답을 찾기도 전에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고 고용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존이펙트(온라인 거래 확대에 따른 가격·비용 하락 효과)는 물가에도 하방압력이다. 그렇다면 물가안정이 지상목표가 돼야 하는지, 2%가 최적의 모델인지 또 1.5%나 2.5%는 어떤가하는 통화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된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지난 2일 금통위원 후보(은행연합회장 몫)로 추천된 임지원 JP모건체이스은행 서울지점 수석본부장에 대해 "20여년간 이코노미스트로 경제현장을 분석해왔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다고 본다"며 "다양성 측면에서도 이번 인선이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금통위의 학자적 전문성에 시장경험을 더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지난 4일 오전 필리핀 마닐라 상그릴라호텔에서 열린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운데)와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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