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②'시스템반도체'에 취약한 반도체 강국
한국, 메모리에만 치중 '기형적'…IoT 시대 맞아 세계는 시스템반도체로
2017-01-06 07:00:00 2017-01-06 07: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한국의 반도체는 메모리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뒀지만, 비메모리로 불리우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유독 취약하다. '비메모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도 국내 기업들이 메모리 분야에만 지나치게 집중했기 때문이다. 세계로 눈을 넓히면 상황은 달라진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시스템반도체다.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디바이스들이 통신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이 확산되면서 시스템반도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가 시스템반도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그림제작=뉴스토마토)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와 시장조사기관 IHS 등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3473억달러 수준이다. 이중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3%인 807억달러에 불과하다. 반면 발광다이오드(LED) 등 광전자소자, 아날로그, 로직·마이크로컴포넌트 등과 같은 시스템반도체 규모는 2056억달러로 59%에 달한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2017년까지 연평균 1.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 반면, 시스템반도체는 같은 기간 2.6% 성장해 성장성 또한 높다.
 
시스템반도체는 미국이 시장 우위에 있다.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인텔이 시장을 주도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4년 기준 상위 10개 기업 중 4곳이 미국이며, 일본과 대만, 독일 등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컴퓨터 CPU로 유명한 인텔은 시장점유율이 21.3%이며, 무선통신으로 위상을 높인 퀄컴 등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의 르네사스, 대만 미디어텍,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 등도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알아주는 선두 주자들이다. 미국의 강세는 퀄컴 등 세계 최대 팰리스 기업을 보유한 데다 인력, 기술, 자본 등 인프라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대만도 정부 차원에서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추진하면서 파운드리 분야에 전폭적인 지원을 쏟아 붓는다.
 
이에 반해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활약에 힘입어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지만, 시스템반도체는 점유율이 5%도 안 된다. 세계 시장 규모를 거스르는 기형적인 경쟁력이다. 한국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유독 취약한 것은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해 메모리 분야 쪽으로 매출 구조가 심하게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또 5%도 안 되는 세계시장 점유율 속에 삼성전자 비중이 80%로, 삼성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여기에 한국은 인텔과 퀄컴이라는 시스템반도체 양대 공룡에 치여 시장 공략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막대한 예산과 연구인력 등이 필요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지원체계도 미흡해 중소업체들이 설 자리도 좁다. 이밖에 국내 업체의 해외 파운드리 의존도가 너무 높아 사업구조가 비효율적인 부분도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업계 관계자는 "소수 제품군에 의존한 매출구조, 파운드리의 경쟁력 미약, 고급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이 성장 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지속 성장하려면 시스템반도체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사물인터넷의 수요로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는 등 미래 시장환경도 밝다. 기존의 센서, 통신, 프로세서에다 자동차 등 산업계 전방위적으로 시스템반도체 적용 범위가 넓어진 것. 이를 놓치고 메모리에만 치중해서는 진정한 반도체 강국으로 태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통해 취약한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국내 대다수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이 영세한 규모로, 정부와 기업이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 추격의 고삐를 늦춰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게 됐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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